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 확진·격리 유권자를 위해 설치된 임시기표소.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5시께 서울역 광장에 기표소 두 개가 설치됐다. 사진·영상 취재기자 10여명과 방호복을 입은 투표사무원 2명만이 광장을 지키고 있던 가운데, 한 중년 남성이 투표사무원을 향해 걸어오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이곳은 확진·격리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는 임시기표소였다.
‘코로나 시대’ 대선에서 확진·격리 유권자가 사전투표할 수 있는 시간은 딱 1시간. 이들은 오후 5시부터 선거 목적으로 외출해 저녁 6시 전에 사전투표소에 도착해야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소로 오기 위해서는 걷거나 본인 소유의 차, 방역택시를 이용해야만 한다.
투표 절차도 일반 유권자보다 조금 더 까다로웠다. 남영동 사전투표소는 서울역사 3층에 마련돼있는데, 확진·격리자는 동선 분리를 위해 야외인 서울역 광장에 설치된 임시기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었다. 서울역사 출입문에는 방역복을 입은 투표안내요원이 ‘확진·격리유권자는 건물(역사) 안으로 들어가지 말고 안내에 따라 임시기표소로 이동해달라’는 팻말 옆을 지키고 있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역 광장에 확진·격리 유권자를 위해 설치된 임시기표소.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이날 서울역 임시기표소에 도착한 유권자들은 비닐장갑을 끼고 신분증과 확진·격리 통지 문자를 투표사무원에게 보여줬다. 유권자가 종이에 인적사항을 적자 투표사무원이 이 용지를 들고 서울역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야외에는 투표용지 출력 기기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표사무원은 역사 내부에 있는 투표소에 인적사항이 적힌 용지를 전달한 뒤 투표용지를 출력해 임시기표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유권자에게 다시 전달해야 했다. 투표용지를 받아 임시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담은 봉투를 비닐 안에 넣어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했다. 투표사무원은 참관인과 함께 이 봉투를 들고 3층 역사 투표소로 갖고 가 사전투표함에 넣었다. 다소 복잡한 절차 때문에 5시10분께 도착한 한 유권자는 인적사항 용지를 전달한 지 20여분이 지나서야 투표소를 떠날 수 있었다.
서울역 투표소에서는 항의하는 이들이 없었지만 다른 투표소에선 복잡한 절차 탓에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항의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또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아 투표함에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항의가 있었다. 이날 저녁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확진자가 투표함에 넣는 게 아니라 선관위 직원한테 주면 모아서 넣는다고 해서 항의했다’, ‘확진자 투표함 없어서 문제제기 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전미숙(63)씨는 해외입국자로 7일 동안 격리 중인 아들과 함께 이날 확진·격리 유권자 투표소를 찾았다. 전씨는 “아들이 한국에 와서 가족과 토론한 후 후보를 선택하고 싶다며 재외투표 대신 격리 투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역사 출입문 앞에 확진·격리 유권자를 위한 안내 팻말 옆에 투표안내요원이 서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한편 둘째날 오후에도 사전투표를 위해 투표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도봉구 쌍문2동 사전투표소 앞에는 200여명이 줄 서 있었다. 라혜영(53)씨는 “큰 이슈는 사라졌고, 가족 관련 이슈만 기억 나는 대선이었다”며 “국민들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이수민(26)씨도 “뽑고 싶은 사람은 없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행사해야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가 다가올수록 긴 대기 줄은 사라진 대신, 혹여나 투표를 못 할까 봐 급하게 뛰어오는 유권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서울역에 있는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종료 시각 10분 전 열차 승강장에서 급하게 뛰어오는 시민도 보였다. 오후 6시에서 10초를 넘기고 도착해 투표하지 못한 시민도 있었다. 남영동에서 사전투표를 한 김유정(21)씨는 “새로운 주소지에서 투표하려면 2월9일까지 전입신고를 마쳐야 한다는 사실을 어제 알아서 급하게 투표하러 왔다”며 “첫 대선 투표라 평소 20대 관련 정책들을 살펴봤기 때문에 오늘 누굴 뽑을지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쌍문2동사전투표소.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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