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낮 11시40분께 경북 울진 북면 모봉산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 등이 잔불을 진압하려 준비하고 있다. 이주빈 기자
6일 오전 11시20분께 경북 울진 북면 모봉산 입구에는 산불 진압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차량 수십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외에 산불전문예방진화대, 경북 구미 등 타지역에서 파견 온 대원 50여명이 잔불 진화에 투입됐다. <한겨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과 함께 모봉산 잔불 진압 현장을 동행취재했다. 진화작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다.
차량으로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 산속은 연기로 가득했다. 차 안까지 매캐한 냄새가 비집고 들어왔다. 가는 길 곳곳에 작은 불씨들이 보였지만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ㄱ대원은 “인력과 장비가 한정돼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ㄴ대원은 “이 정도 연기라면 헬기가 진입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좀더 올라가자 산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불줄기가 보였다. ‘타다닥 타닥타닥’. 바짝 마른 나무들이 타면서 폭죽이 연이어 터지듯한 소리가 났다. 대원들이 장비를 꺼내기 시작할 무렵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급하게 근처 사방댐에 양수기를 설치하고 소방호스를 연결했다. 건조한 날이 계속된 탓에 사방댐은 군데군데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수백미터에 달하는 호스를 옆 대원에게 전달해가며 불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불길을 키웠다. 불똥이 하늘로 치솟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작은 불씨들이 곳곳에서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툭, 투둑’. 나무가 거세게 타들어가자 폭죽소리는 장대비 소리만큼 커져 귀를 때렸다. 대원들은 소방호스로 춤추는 불을 겨냥했다. 하늘에서 회색 잿덩이가 함박눈처럼 날아다녔다. 큰 불덩이는 잡았지만 주변으로 번지는 불줄기는 여전히 넘실댔다.
2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1시20분. 큰 불줄기가 겨우 잦아들었다. 대원들은 남은 불씨를 잡기 위해 산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이들의 무전기에서는 ‘다른 곳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주불을 진압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소속 ㄷ대원은 “어제 저녁 7시에 소집돼 새벽 3시까지 봉평리 뒷산에 붙은 주불을 진화했다. 어제는 바람을 타고 불씨가 나뭇가지 곳곳으로 날아다니는 바람에 불이 커졌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바람이 덜 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바람이 불면 난리가 난다”고 했다. 이들에게는 물 공급이 제일 절실하다. ㄴ대원은 “살수차 용량이 1톤밖에 되지 않아서 30~40분 만에 다 쓴다. 물을 구하러 다니다보면 그 시간만큼 진화를 못 하게 된다”고 했다. 깊은 산 속에서 불, 바람, 물과 사투를 벌인 대원들의 한끼는 주먹밥, 생수, 두유, 초코파이가 전부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소방청이 아닌 산림청 소속이다. 대형 산불 조기 차단은 물론 접근이 쉽지 않은 지역에 산불이 나면 관할과 국·사유림을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투입된다. 힘들고 위험하다는 야간 산불진화에서도 최전선에 선다. 2019년 4월 강원 고성·속초 산불 이전까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일당 10만원, 10개월 기간제 노동자 신분이었다. 이들의 처우가 주목받자 이후 일부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산림청은 2020년 인원을 기존 330명에서 435명으로 늘리고 160명은 공무직화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여전히 기간제 대원들이 많다. 월급도 250만원 정도로 몇 년째 동결된 상태다. ㄴ대원은 “그래도 불이 나면 우리는 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 화재가 발생한 4일 저녁부터 매일 산불 진화에 나선 대원들은 재와 연기로 뿌연 하늘만 보다가 사흘만인 이날 햇빛을 처음 봤다고 했다.
6일 오전 경북 울진 북면 모봉산에 잔불이 타고 있다. 이주빈 기자
6일 오전 경북 울진 북면 모봉산 쪽에 화재 진압을 위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주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