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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850만원짜리 비상소화장치가 마을을 지켰다”

등록 2022-03-08 18:56수정 2022-03-09 02:30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주민이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주택 인근에 물을 뿌려 방어선을 구축하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 주민이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주택 인근에 물을 뿌려 방어선을 구축하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시뻘건 불길이 춤을 추듯 넘실거리고 불씨가 우박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촉즉발의 위기였지만 비상소화장치 덕분에 마을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강원도 동해에 사는 장재섭(78)씨는 지금도 지난 5일 아침 상황만 생각하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당시 동해는 도심 곳곳을 위협하는 산불 탓에 도심을 빠져나가려는 자동차 경적 소리와 대피 방송, 소방차 사이렌 등이 섞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장재섭씨는 뒷산에서 불길이 이는 것을 보자마자 산불 초소 옆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부터 열었다. 이곳에서 길이 100m에 이르는 긴 호스를 끌고 올라가 불이 붙은 곳을 향해 노즐을 돌렸다. 주민들도 한마음 한뜻으로 장씨를 도왔다. 곧이어 소방차와 진화대원까지 도착했다. 장재섭씨는 “소화전과 호스가 미리 연결돼 있어 주민 누구나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소화전에서 직접 뺀 물줄기라 수압도 세고 멀리까지 물이 뻗어 나갔다. 이 일대에 주택 20채 정도가 한곳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원도 동해시 동호동 주민이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주택 인근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동해시 동호동 주민이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주택 인근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비상소화장치는 동해뿐 아니라 울진·삼척 산불에서도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에 사는 홍동기(81)씨는 “울진에서 난 불이 산을 타고 인근까지 번졌다. 10여가구가 산불로 피해를 볼 위기였는데 주민들이 모두 나와 비상소화장치를 열고 주택과 인접한 야산에 물을 뿌려 방어선을 구축하는 등 초기 진화에 나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원도의 비상소화장치 사업은 2019년 동해안 산불 당시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주민들이 마을 공동 경비 100만원을 들여 설치한 소화전으로 밤새 산불과 사투를 벌여 주택 23채 가운데 19채를 지켜낸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특히 산불 피해에 노출된 산간 마을은 대부분 소방차가 도착하기까지 30분 이상 걸려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강원도는 정부에서 국비 50%를 지원받아 다음해인 2020년부터 산불 취약지역인 동해안 6개 시·군에 820개를 설치했다. 총사업비는 70억원으로 비상소화장치 1개당 850만원 정도가 든 셈이다. 강원도소방본부 방호구조과의 홍병화 소방경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동해안은 산불 발생 시 특히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 산불 발생에 따른 인명·재산 피해 등을 고려하면 예산 대비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강원도 동해시의 한 주민이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주택 인근 산불을 진압하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강원도 동해시의 한 주민이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주택 인근 산불을 진압하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실제 동해시도 지난 5일 산불이 발생해 소방력이 부족해지자 주민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내 “옥내소화전이나 비상소화장치 등을 이용해 날아드는 불길을 잡길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강원도는 국비를 확보해 1360곳에 추가로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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