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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추천했으나 영향력 행사 안해” 하나금융 부회장 ‘채용 비리’ 무죄

등록 2022-03-11 17:12수정 2022-03-11 17:22

법원 “부정채용 증거 불충분”
장기용 전 부행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채용 성차별은 은행 법인 벌금 700만원
11일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청탁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11일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청탁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연합뉴스

하나은행장을 지내며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 함영주(66)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 시작 약 4년 만이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인사부에 일부 지원자를 추천했으나, 추천한 지원자의 합격을 확인하거나 의사를 표명하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11일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앞서 하나은행 전직 인사부장 등 4명은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2020년 12월 1심, 지난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함 부회장은 무죄를 받은 것이다.

함 부회장은 은행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 공채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인사부에 전달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18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함 부회장이 서류전형 이후 합숙면접에서 청탁받은 지원자들이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있으면 이들을 합격시키라고 인사부에 지시해 합숙·임원면접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2015, 2016년 공채를 앞두고는 인사부에 남녀 비율을 4대 1로 채용하라고 지시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함 부회장이 2015년 공채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에 대한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한 사실은 있으나, 합격권이 아니었던 지원자들이 합격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검사는 진술증거와 메신저 등 물적증거를 근거로 피고인에게 각 전형 단계별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나, 메신저 내역 등이 (부정채용의) 강력한 정황이 되긴 부족하다”며 “추천을 전달한 사실 이외에 합격을 따로 확인하거나 의사 표명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부정채용) 지시가 있었음을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함 부회장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는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방식이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시행돼왔다고 보인다”며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시행돼 피고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선고는 재판이 시작된지 4년 만에 내려진 것이다. 지난달 1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다른 채용비리 재판과 비교하면 함 부회장은 지나치게 오랜 기간 재판을 끌어왔다. 하나은행의 시간은 다른 은행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함 부회장과 법원을 향해 ‘시간 끌기’라고 비판했다.

11일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청탁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11일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 청탁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재판부는 함 부회장과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기용(67)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 전 부행장의 양형에 대해 “상당히 오랜 기간 정관계나 유관기관, 노동조합 인사의 청탁이 무분별하게 행해져 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청탁을 근절하지 못하고 그동안의 관행을 반복하며 답습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또한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기소된 하나은행 법인에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당초부터 성별로 다른 출발선을 그어놓고 경기를 시작한 것이다. 일반 행원 기준으로 남성이 더 필요하다고 볼 합리적 이유가 없음에도 성별 비율을 정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차별임이 명백하다”고 했다.

은행권의 채용비리 사건에 무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11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법 아래에서 채용비리 사건을 까다롭게 처벌하기 어렵다”며 “부정채용은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기 때문에 채용비리 피해자는 입사지원자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된다”며 처벌 법규의 공백을 지적했다.

함 부회장은 지난달 초 열린 하나금융그룹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돼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 선임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날 선고 후 취재진에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하겠다”고 했다.

▶바로가기: 채용비리 처벌법 없어서?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 ‘2심 무죄’는 합당한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22070.html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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