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15일 오전 국회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추진에 반대하며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말까지이지만, 민주당이 법안 추진 강행 의지를 보이자 이에 반발해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다.
김 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입법절차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란에 대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게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검찰총장으로서 이런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에도 공청회, 여론수렴 등을 통한 국민의 공감대와 여야 합의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엿다. 김 총장은 또한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어 검찰 수사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대하여 책임을 통감한다. 저의 사직서 제출이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는 작은 계기라도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5일 ‘검찰 수사권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의 이름을 담아 발의한 바 있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권 분리에 반발하며 국회 등을 상대로 설득 총력전을 이어왔다. 지난 14일 박광온 국회 법사위원장과 정진석·김상희 국회 부의장을 만나 반대 의견을 전달한데 이어, 15일에도 국회로 출근해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공개로 만나 이 법안에 대한 우려의 뜻을 거듭 밝혔다. 김 총장은 박 의장을 면담하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검찰이 잘못했다면 책임은 총장, 검찰을 이끄는 저에게 있다”며 “저에 대한 탄핵 절차 이후 입법 절차를 진행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온당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고, 13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 수사권 분리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총장이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자 전국 고검장들은 18일 오전 9시30분 대검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김 총장 사직 등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고검장들이 김 총장을 따라 줄사표를 낼지, 김 총장을 대신해 조직적으로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추진에 대응할지 주목된다. 전국 평검사들도 오는 19일 오후 7시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열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추진에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여야는 오는 18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어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과 관련해 김 총장에게 의견을 물을 예정이었다. 사직서를 제출한 김 총장이 이날 회의에 참석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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