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회계사가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이 25일 법정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건강 문제 등으로 오는 29일로 미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 전 본부장 등 5명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공판에서 정영학 녹취파일에 대한 증거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터라 앉아있는 것 자체가 가혹한 일이다. 무리한 재판 진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접견을 할 수 없었다. (법정에 와서 확인해보니) 하루 종일 법정에 있으라고 하는 것은 변호인으로서 못할 말”이라며 오전 10시40분께 퇴정했다.
법정에 나온 유 전 본부장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그것만이 재판장님께 진실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유서를 썼던 것”이라며 “재판도 편견을 갖고 진행된다면 도대체 어디가서 하소연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오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숙이거나 엎드린 채로 피고인 석에 앉아있었다.
검찰은 “피고인의 건강 문제라 언급이 조심스럽다”면서도 “지나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수면제를 복용한 사실이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고,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혈액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상 수치로 나왔다”고 했다. 또 유 전 본부장 쪽 변호인의 퇴정을 두고는 “유동규 변호인의 일방적 태도는 다른 피고인들이 신중한 재판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변호인과 검찰 쪽 입장을 들은 뒤 오는 29일 녹취파일을 재생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유 전 본부장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녹음파일 증거조사는 (대장동 사건) 피고인들이 모두 출석한 상태에서 해야 한다.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없는 상태에서 (유 전 본부장만) 변론을 분리해서 재판을 진행하면 녹음파일을 다시 재생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녹음파일 증거조사는 오는 29일 시작해 다음달 9일께 마치는 것을 목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이 시작되는 금요일 이전까지는 건강을 회복하도록 본인도 많은 노력을 해달라”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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