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회계사가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서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 50억’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준 대가라는 취지의 증언을 법정에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 전 의원의 2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정 회계사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화천대유에서 함께 근무했던 양아무개 전무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게 된 경위 등을 증언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주는 것에 양 전무가 동의하지 않자, 김만배씨가 양 전무를 달래는 과정에서 ‘(50억원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는 요지로 말했다는 사실을 양 전무로부터 들었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을 포함해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연루된 ‘50억원 클럽’ 의혹과 관련한 진술도 나왔다. 정 회계사는 “김만배로부터 ‘A12 블럭에서 나온 이익 420억원은 고위 법조인 6명에게 50억원씩 주고, 시 의원들에게 20억원씩 주는 등 용도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6명이 김만배의 약속클럽인가” “언론에서 50억원 클럽이라고 하는 사람과 일치하는가”라고 묻자, 정 회계사는 “맞다”고 답했다. 이어 정 회계사는 “420억원은 김만배 개인 수익”이라고도 덧붙였다.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화천대유 대표부터 말단 직원까지 총 16명에게 ‘입막음용 성과금’으로 280억원을 지급하려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정 회계사는 “(김씨와 유 전 본부장과의 대화 내용은) 김만배와 유동규가 유착이 돼 화천대유 쪽이 선정됐다는 사실을 입막음하려면 280억원 정도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이날 재판에서 정 회계사를 향해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해”라고 소리치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가 곽 전 의원에게 주의를 주자, 그는 “답답해서 그랬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김씨 등 대장동 일당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이유에 대해서는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부터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가 되는 상황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꼈다. 김만배 회장 주변에는 정치인과 고위 법조인 등 높은 분들이 많아 두려워서 제출했다”고 했다.
한편 정 회계사는 지난 25일 유 전 본부장 등 ‘대장동 5인방’ 재판에서 이 사건의 핵심 증거인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첫 증인신문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건강 문제를 호소해 재판 일정이 미뤄지면서, 이날 곽 전 의원 재판에서 처음으로 증인신문을 하게 됐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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