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핵심 증거 ‘정영학 파일’, 법정서 1.4배속 재생된다

29일 공판에서 정 회계사가 몰래 녹음한 파일 첫 재생
“시의회 우리 손에 있어야 하는데”…로비 의심 대목도
재판부, 다음 공판 기일에 1.4배속으로 마저 듣기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후에 속개되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핵심 증거인 ‘정영학 회계사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29일 열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공판에서 처음으로 정 회계사가 이들 피고인 등과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이 재생됐다. 정 회계사가 2012년 8월~2021년 4월 대장동 사건 관계자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일부 피고인이 법정에서 재생하길 요구하면서 재판부 결정으로 일부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틀게 됐다.

이날 법정에서 공개된 6개의 녹음파일은 2012년 8월~2013년 3월 사이 녹음된 것이다. 이 시기는 화천대유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의장 취임 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통과된 때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김만배씨 및 남욱 변호사와 일대일로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과정에서 벌어진 성남시의회 로비 정황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재생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시의원) 두 분 정도는 작업이 된다”(남 변호사) “(시)의회가 완전 우리 손에 있어야 하는데”(정 회계사) 등 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전후해 시의회 로비 정황이 의심되는 대화가 나온다. 2019~20년 소속 로펌을 통해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었던 김수남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김만배와) 김수남 검사장하고 완전 깐부라고 하더라고. 그건 만배형이 걱정하지 말라고 하니까”(남 변호사)라고 언급하는 대목도 나왔다.

재판부는 새달 2일 열리는 공판기일에도 녹음파일을 마저 듣기로 했다. 재판부는 속도를 내기 위해 1.4배속으로 녹음파일을 듣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