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반대하는 검찰의 집단반발이 거세던 지난달 26일, 미국 검찰청 등에서 일하는 한국계 검사들의 모임인 ‘한인검사협회’가 “미국 검사도 수사권한이 있고 수사도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검찰은 수사권이 없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틀린 주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대검찰청을 통해 이런 성명 발표 사실이 알려지자 여러 언론이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인검사협회는 성명에서 자신들이 대검찰청 용역을 받아 2017년 발간한 <영미법계 국가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운영실태-미국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참고해 달라고 했다. <한겨레>가 5일 이 보고서를 직접 확인해 보니, 검찰의 수사권은 한국 검찰이 강조하는 ‘직접수사’가 아닌 ‘보완수사 요구’ ‘수사 협력’에 가까운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한인검사협회는 성명에서 검사의 직접수사가 일반적인 것처럼 언급했지만, 협회가 작성한 보고서의 대체적 내용은 경찰이 관여하지 않는 검사의 직접수사가 매우 제한적으로 기재돼 있다. “통상 연방검사가 연방범죄에 대하여 수사할 경우 연방수사국(FBI) 등 사법경찰관들과 함께 수사를 진행한다” “연방검사는 사법경찰관들의 관여 없이 수사를 하는 경우는 통상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국내 형사사법체계에 비춰보면 ‘보완수사 요구’ ‘수사 협력’에 해당하는 설명이다. 부패범죄 등 중대범죄 수사에서도 “검사가 사법경찰관들과 수사단계에서부터 긴밀히 일하면서, 적법한 수사방법이 사용되고, 중요한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되어, 성공적인 기소를 할 수 있도록 담보하는 역할을 한다”며 경찰과의 수사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 보다는 ‘검찰수사관들에게 요청’해 간접적으로 수사하는 방식을 언급하고 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면, 검사는 검찰수사관이나 경찰에 요청하게 된다. 검찰청에는 한정된 수의 검찰수사관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지만, 경찰은 방대한 수사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 단순히 수사기관의 증거를 취합하는 것이거나, 목격자로부터 후속 진술을 청취하는 정도라면, 검사가 검찰수사관에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권이 논란이 될 때마다 ‘미국 검사의 수사권’도 덩달아 논란이 되는 건 한국과 미국의 다른 형사사법체계를 고려하지 않은 동상이몽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검사의 수사권은 수사 개시부터 참고인 조사, 피의자 신문, 압수수색, 체포·구속 등 수사관 역할까지 포괄한다. 반면 미국 검사의 수사권은 대체로 경찰과의 협력·협조 관계에서 영장 심사, 법률 조언 등으로 참여하는 식이다.
한편 검찰이 번역한 보고서에는 미국 법조문을 인용하면서 일부 ‘오역’도 확인됐다. 보고서 10쪽엔 “연방검사는 정부의 대리인으로서, 특정 송·수신 번호 수집수사법, 전자통신기록, 연방형사소송법 41조(수색영장) 등 특별한 수사방법에 대한 신청을 할 권한이 있다.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관여 없이는 이러한 영장이나 법원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을 수 없다”고 나와 있다. 마치 검사를 거치지 않고는 영장을 발부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연방형사소송법 41조를 보면 ‘사법경찰관(law enforcement officer) 또는 연방검사(an attorney for the government)’가 동등하게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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