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가 주최한 ‘제2회 공익테이블’에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왼쪽)가 강연을 하고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제공
“법률이 적어도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무기가 되어줘야 할 거 아닙니까. 여러분도 연대해주십시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 등 30여명이 모인 강의실에서 미래의 법률가에게 ‘판결문 해석’을 부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가 화면에 띄운 판결문은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가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하는 헌법 소원을 각하하며 ‘장애인들을 위해 저상버스를 둬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의 의무가 헌법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고 한 부분이었다. 박 대표는 이 판결 이후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기 위한 투쟁에 나서게 됐다고 말하면서 “법률가 윤석열 대통령도 이동의 자유 역시 즉각적으로 보장될 자유라고 해석해달라”고 덧붙였다.
18일 낮 12시30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는 ‘장애 인권, 시혜에서 권리로’라는 주제로 박경석 전장연 대표를 초청해 ‘제2회 공익테이블’을 열었다. 애초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과는 달리 이날 박 대표의 강연을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강연에서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홍남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 집앞 시위를 하러 출근길에 이동 수단으로 지하철을 탔는데 경찰과 서울교통사가 막아 그 뒤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하게됐다고 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3일 홍남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가기 위해 처음으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출근길에 가니까 경찰들이 강하게 압박했다. 10분 정도면 충분히 탈 수 있는데 경찰이 막고 서울교통공사가 막으니 30∼40분이 지연돼버려서 이게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박 대표에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시위를 공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주로 물어봤다. 박 대표는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이 시위를 통해 ‘이동권 예산’ 외에 교육·노동·탈시설 예산까지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는 왜 지하철에서 지하철만 이야기하지 탈시설, 노동 다 이야기하냐고 하는데 이 대표가 지하철 타는 이유를 정하는 건가”라며 “이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받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노동할 기회조차 없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어 감옥같은 거주시설에 사는 것이다.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제시하는 인권의 기준”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장애인 권리 예산을 가지고 끊임없이 문재인 정부랑 싸워왔는데, 윤석열 정부가 되니까 난동을 부리고 있다고 얘기하니 너무 억울하다”고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동권 문제는 장애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30%를 차지하는 교통 약자들의 문제”라며 “여러분도 90∼100살까지 살 테니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16일 한 언론은 서울대 학생들이 박 대표 방문에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현장엔 강연 참가자와 전장연에 연대하는 서울대학생들 소속 학생들만 있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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