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변호사 광고규정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대국민 설명회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법률 플랫폼은 원칙적으로 허용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지만, 대한변호사협회와 법률 플랫폼 ‘로톡’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가격·서비스 경쟁을 앞세운 플랫폼과 수임료 경쟁 및 서비스 질 하락을 우려하는 이익단체 사이 충돌이 헌재 결정 뒤에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변협은 3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협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헌재가 전체 심판대상 조항 12개 가운데 9.5개 조항을 합헌으로 인정했다”며 변호사의 로톡 가입은 여전히 징계대상이란 입장을 밝혔다. 일부 조항이 위헌 판단을 받았으나, 합헌인 다른 조항을 통해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변협은 전날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28명에 대한 2차 징계 개시를 청구하기도 했다.
헌재가 지난 26일 위헌으로 판단한 변호사 광고규정 5조 2항 1호 뒷부분은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거나 변호사를 광고·홍보하는 업체에 광고를 의뢰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브로커가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직접 연결’은 변호사법이 금지하고 있지만, 플랫폼에서 불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거나 변호사가 광고를 싣는 행위는 법상 허용된다는 취지다. 헌재는 “단순히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행위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한 헌법 전문가는 “로톡이 직접 연결 행위를 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는 취지”라고 했다.
변호사단체와 로톡의 충돌은 햇수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변협 등은 로톡의 서비스가 변호사법에서 금지한 ‘법률 브로커’ 행위에 해당한다며 2015년부터 세 차례 검찰에 고발장을 넣었고, 검찰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로톡이 회원 변호사 숫자를 부풀리는 등 허위·과장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고발하기도 했으나, 공정위는 지난해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로톡 쪽도 헌재에 헌법소송을 내는 한편, 로톡 이용을 금지한 변협을 공정위에 신고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업체가 전문직 시장에 침투해 전에 없던 가격·서비스 경쟁을 유발하면서 기존 이익집단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수료를 낮춘 세무회계 플랫폼 ‘삼쩜삼’, 부동산 플랫폼 ‘다윈중개’가 각각 세무사 단체·공인중개사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로톡이나 네이버 엑스퍼트 같은 플랫폼은 ‘15분 전화상담 2만원’ 처럼 가격을 표시하거나 ‘별점 높은 순’ 등의 정렬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변협도 최근 사설 플랫폼에 맞서 자체 플랫폼인 ‘나의 변호사’를 내놨지만, 가격 안내나 정렬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하루 사건 의뢰 건수는 2건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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