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광주지검장이 4월1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혀오던 박찬호 광주지검장이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검찰이 어려운 때 사직하게 돼 너무 죄송하다. 이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에서 검찰 고위직의 한 사람으로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 보통 사람인 저로서 진퇴 결정이 쉽지 않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검찰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에 정치적 진영논리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법치가 무너져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우리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괴로웠다. 급기야 검수완박 상황에 이르러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며 “우리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사법영역 등 비정치적인 영역에는 정치적 진영논리를 근거로 시시비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 등 최근 일방적으로 진행된 형사사법제도 변경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간절히 희망한다”고도 호소했다.
그는 검찰의 역할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을 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검찰이 스스로 중단없는 개혁을 통해 국민 신뢰와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확보하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1997년 임관한 박 검사장은 대검 검찰 연구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대검 공안부장, 제주지검 검사장 등을 지냈다. 박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2차장검사를 맡았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대검 공안부장을 맡으며, 지근거리에서 윤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물이다. 이 탓에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검찰총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오기도 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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