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9일 오후 김창룡 경찰청장(오른쪽)과 면담을 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승진자를 사전 면접해 논란이 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들 면접도) 필요하다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뒤 처음으로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은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면담한 뒤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차기 경찰청장은 치안정감들과) 자질도 대상도 좀 다르지 않으냐”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김 청장을 만나러 들어가는 길에는 최근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으로 불리는 치안정감 내정자들과 일대일로 면담한 데 대해 “인사 제청에 앞서 잘 모르는 분들이라 서류만 갖고 평가할 수 없어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은 다른 차원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장은 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제청권을 가지고 있지만 행안부 장관이 ‘사전 면접’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에서 거론된 경찰국 신설 등 경찰 통제 방안과 관련해서는 “보고받은 바 없다”며 “이달 중순이나 말에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향후 행안부와 경찰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질문에도 “여러 의견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존재하는 데 별도의 자문기구를 만드는 것이 ‘옥상옥’이고, 경찰에 대한 지나친 통제가 아니냐는 지적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날 김 청장과의 면담 이후 지휘부 20여명과도 만나 의견을 들었다. 자리는 예정 시간보다 20분 이상 길어졌다. 최근 논란이 된 행안부 주도의 경찰 통제방안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이 장관은 논란을 의식한 듯 “언론에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데 우리는 국민만 보고 가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경찰 지휘부는 이 장관에게 경찰의 복수직급제(주요 보직에 복수의 직급을 부여) 및 공안직(공공안전직무) 전환을 행안부가 도와달라는 ‘민원’도 했다고 한다. 이 장관도 “대통령 공약으로 나온 건 어떻게든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경찰 내부망엔 행안부의 경찰통제 논의와 이에 침묵하는 지휘부를 향한 현직 경찰관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행정안전부에서 경찰을 통제하기 위해 옛 치안본부 시절의 경찰국을 신설한다는 것은 1980~1990년대로 회귀한다는 것”이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고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가운데 “시류가 이리 엄중한데 경찰청장님과 수뇌부에서는 대책으로 어떤 것을 하시는지 전혀 체감되는 것이 없으니 개탄할 일”, “수뇌부 여러분들이 연대해 성명서라도 발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등으로 지휘부를 비판하는 댓글도 여럿 있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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