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총장 추천위원으로 ‘국민의힘 선대위 출신’ 위촉

법무부 전경. <한겨레> 자료 사진

김오수 검찰총장 사퇴 뒤 두달여 만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간신히 꾸려졌지만, 지난 대선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외부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사가 포함돼 중립성·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후보추천위를 꾸리며 권준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를 비당연직 위원으로 위촉했다. 검찰청법은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3명을 비당연직 위원으로 법무부 장관이 위촉하도록 정하고 있다.

권 교수는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직속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 외부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교수 등 전문가그룹이 대선 과정에서 특정 정당 선대위 또는 특위에 참여할 경우 사실상 정치행위로 받아들인다.

후보추천위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강화,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서울의 한 검사는 12일 “검찰총장을 뽑을 때 대통령의 뜻이 관철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최대한 독립성·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후보추천위를 거치도록 한 것이다. 정당에서 활동했던 인물을 추천위원으로 위촉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한동훈 장관이 강조했듯 검사의 일은 실제 못지 않게 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하다. 편향성 우려가 있는 인사가 총장 후보를 추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했다.

권 교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저는 대학 교수이기 때문에 편향 지적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과거 검찰 인사 과정에 참여해 인·적성 검사를 지원하는 등 면접에 참여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위원으로 위촉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 시국에서 국민의힘 요청으로 티에프에 참여한 것일 뿐이다. 후보추천위원 역할을 객관적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권 교수는 올해 하반기에 임명되는 서울대병원 차기 병원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차관급 예우를 받는 서울대병원장은 이사회, 교육부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그는 “병원장 임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얘기할 내용이 아니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 위원은 과거 검찰 인사위원을 역임하고 신임 검사 임용에서 인성검사와 심층면접을 담당하는 등 검찰에 대한 이해가 깊다. 의료 전문가로서 사회에 공헌하는 등 학식과 덕망을 갖춰 위촉한 것”이라고 밝혔다.

후보추천위 위원장으로 위촉된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두고도 ‘순한 맛’ 검찰총장을 뽑기 위한 인선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총장 재직시 한동훈 장관은 대검 참모(정책기획과장)로 일했다. 권력과 각을 세우지 않는 무난한 업무 스타일을 고려해 위원장으로 위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한 장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자기 확신이 강한 분은 위원장으로 모시기 부담스럽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