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국이 공식 출범한 2일 오전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이 정부서울청사 안 경찰국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미소 짓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1980년대 후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조직책으로 활동했던 김순호 경찰국 초대국장(치안감)이 1989년 8월 ‘대공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직후, 그가 활동했던 인천·부천 등지 노동운동가들이 잇달아 연행되는 등 대공수사 표적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치안감은 “당시 활동 내용을 수사에 이용한 적이 없다”고 했다.
7일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부평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 치안감은 1989년 8월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서 경장 특채로 근무를 시작했다. 1992년 2월 경사로 승진해 경찰청 보안5과로 이동하기 전까지 약 2년6개월간 대공수사3부 소속이었다. 당시 학생운동 사건을 전담했던 대공수사3부는 ‘홍제동 대공팀’으로도 불렸다. 인노회 활동으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고문 후유증으로 1990년 분신한 최동씨도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1989년 10월18일자 <한겨레> 신문.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은 1989년 8월 치안본부 대공수사3부에서 경찰 경력을 시작했다. 대공수사3부는 8월부터 인천·부천 등지의 노동자들의 정치의식화 작업을 펴왔다는 혐의로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의 수사를 개시했다. 한겨레DB
김 치안감이 합류했던 1989년 당시, 대공수사부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로 수사가 주춤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당시 ‘김순호 경장’이 속했던 대공수사3부는 1989년 10월18일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 대한 전면 수사에 나섰다. 인민노련은 1987년 6월 결성됐다. 김 치안감이 몸담았던 인노회는 이곳에서 사상노선 차이로 갈라져 1988년 2월 결성된 그룹이다. 이때 보도를 보면, 대공수사3부는 김 치안감이 공식 채용된 그해 8월말부터 인민노련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뒤 10월15일부터 관련자들을 연행했다. 10월19일 인민노련 중앙상임위원회 오동렬 위원장을 비롯해 15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대공수사3부는 이듬해 1990년 4월10일에는 인천노동상담소장과 인천지역노동조합협의회(인노협) 간부들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해 조사했다. 경찰은 당시 영장도 없이 해고노동자 이형진씨의 부천시 중동 거주 지역을 압수수색하고 연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김 치안감과 인노회 활동을 같이했던 박아무개씨는 “인민노련도 인노회와 일부 연대했던 조직이다. 김순호는 당시에 인노회의 조직책이라, (인노회가 아닌) 인천 쪽 노조와 관련한 얘기도 알 수 있던 위치였다”고 했다. 이성만 의원은 “당시 공단이 밀집된 인천에서 노동활동이 활발했고, 그 주변인 부천까지 활동 지역이 포괄돼 함께 노동운동이 진행됐었다”고 말했다.
7일 오전 경기 이천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최동열사 32주기 추모제에서 안재환 전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인노회 제공
이와 관련해 김 치안감은 경찰에 특채되기 전 자신이 알고 있던 내용을 수사에 활용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김 치안감은 이날 <한겨레>에 “줄곧 노동현장에 들어와 부천에 있었다. 인천은 알지 못하고 살아본 적도 없다. 그 단체(인민노련·인노협) 사람 중에서도 내가 아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공3부는 (학생운동) 전담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 업무분장상 그렇게 돼 있다는 것뿐이다. 대공 혐의점이 발견되면 업무분장과 관계없이 발견한 곳에서 (수사를) 한다”고 전했다.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김 치안감은 “황당한 억측에 불과하다. (인노회 활동가들은) 노동운동을 한 게 아니고 주사파 운동을 한 것이다. 이들은 순수한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의식화, 조직화 운동을 한 것이다. 민주화운동으로 미화시켜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 이천 민주화운동기념공원에선 ‘최동 열사 32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인노회 사건 관련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입장을 모아 “김 국장은 과거의 의문스러운 행적에 대해 낱낱이 소명하고 회원들의 의혹 제기에 진실로 답해달라.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 국장의 인사 검증을 실시하고 검증 결과를 공개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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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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