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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윤 정부, 사드기지 정상화’ 예상한 일, 우리는 싸울 것이다”

등록 2022-09-03 18:29수정 2022-09-04 10:35

육상 진입로 진밭교에서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열려
오늘은 충돌 없이 마무리…“장비 진입 시도 땐 다를 것”
원불교 진밭평화기도 2000일과 사드 추가반입 5년 즈음한 13차 범국민 평화행동이 3일 오후 성주군 진밭교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불법사드 철거 및 기지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원불교 진밭평화기도 2000일과 사드 추가반입 5년 즈음한 13차 범국민 평화행동이 3일 오후 성주군 진밭교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불법사드 철거 및 기지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윤석열 정부 들어선 뒤 이런 상황이 언제라도 온다고 예상했다. 걱정은 되지만 두려움은 없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싸울 것이다.”

3일 오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를 위한 제13차 범국민 평화행동 집회가 열린 경북 성주시 소성2길 진밭교에서 조은학(57)씨는 손수 준비해온 파란색 노끈을 집회 참가자들 손목에 매어주고 있었다. 노끈은 평화를 상징하는 ‘푸른 나비’의 작은 날갯짓을 뜻한다고 했다. “경주에 살다가 11년 전 핵발전소 때문에 도망치듯이 성주로 왔다. 여기선 절대로 달아나지 않겠다. 끝까지 싸우며 우리 문제를 알릴 것이다.”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회 등 6개 단체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지난 2017년 3월 사드배치 중단을 촉구하며 원불교 성직자들이 철야 시위에 돌입한지 2000일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집회가 열리기는 지난 4월23일 제12차 평화행동 이후 4개월여만이다. 참가자 500여명(집회 주최 측과 경찰 추산)은 사드 기지 진입로인 진밭교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행사 참가자들은 ‘불법 사드 철거’, ‘불법공사중단’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한쪽에선 ‘평화’라 적힌 손바닥만 한 판자에 시민들의 직접 쓴 메시지를 적어넣고 있었다.

이날 집회는 국방부가 사드 기지의 지상 접근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뒤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사드 기지 앞으로는 낙동강 지류인 폭 3m가량의 백천이 흐르고 있어, 지상으로 물자를 옮기려면 이곳 진밭교를 건너야 한다. 국방부와 경찰이 물리력을 동원해 통로 확보에 나설 경우 다리 일대에 자리 잡은 주민단체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주한미군과 국방부는 매주 2~3차례 기지 공사 자재와 인력, 생활 물품 등을 차량을 이용해 반입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 6월부터는 반입 횟수가 주 3회에서 5회로 늘었다. 정부는 지상 접근을 주 7일로 확대하고 이어서 완전한 자유 통행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르면 3일부터 진출입 정상화에 나선다고 했지만, 이날은 우려했던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 관할 성주경찰서는 이날 대화경찰 7명, 경비 8명, 교통경찰 4명 등 최소 규모의 경찰력만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물자 차량이 들어오거나 하면 충돌 가능성이 있겠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원불교 진밭평화기도 2000일과 사드 추가반입 5년 즈음한 13차 범국민 평화행동이 3일 오후 성주군 진밭교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불법사드 철거 및 기지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원불교 진밭평화기도 2000일과 사드 추가반입 5년 즈음한 13차 범국민 평화행동이 3일 오후 성주군 진밭교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불법사드 철거 및 기지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오후 3시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이 준비해온 비옷을 꺼내입었다. 송대근 사드철회 성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9월부터 이 길로 미군의 상시통행을 보장하겠다고 하는데, 여기는 국도도 군사도로도 아닌 소성리 마을길이다. (상시통행을) 용납하지 않겠다. 마을길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께 끝났다. 기지 정문 앞까지 1.5㎞를 행진하려던 계획은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취소했다.

마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희승(76)씨는 “언제쯤 이 마을에 평화가 찾아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12년 전 “조용한 전원마을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부산을 떠나 이곳 소성리에 왔다. 가게는 주로 골프장 이용객들이 찾았다. 하지만 사드 기지가 들어선 뒤 골프장은 문을 닫았고 손님도 끊겼다. 강씨가 그렸던 조용한 전원마을은 또다시 폭풍전야다.

성주/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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