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저녁 6시께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경비·작업 노동자들이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나르고 있다. 박지영 기자
“지난달 8일 건물 침수되고 나서 복구 작업 때문에 하루도 못 쉬었는데… 또 태풍이 온다고 하니 착잡하죠. 일단 오늘 밤만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야지 뭐….” (서울 서초구 리더스원상가 관리소장 김아무개씨∙61)
5일 오전부터 태풍 힌남노 북상으로 서울 전역에 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8일 밤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했던 서울 서초구와 동작구의 아파트·건물 관리 노동자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밤까지 태풍 대비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이들은 “밤새 뜬눈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저녁 7시께 서울 서초구 리더스원상가 지하 주차장 입구 한쪽에서 침수 복구 작업을 하다 잠시 쉬고 있던 관리소장 김아무개씨는 “여기가 우리 관리실”이라며 웃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지하 주차장과 지하 2층 관리실이 모두 침수된 뒤 하루도 제대로 못 쉬었다는 김씨는 “아침 8시부터 지금까지 침수 복구 작업을 했는데, 태풍 힌남노 때문에 이제부터는 밤새 모래주머니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인근 릿타워에서 만난 작업 노동자 김아무개(65)씨도 “지금까지 모래주머니를 다 쌓긴 했는데, 퇴근은 못 할 것 같다. 주변 관리하는 건물들 상황도 밤새 지켜봐야 한다. 아마 이 일대 관리하시는 분들 지난 침수 경험 때문에 오늘 긴장하며 밤을 새울 것”이라고 했다.
5일 저녁 7시께 서울 서초구 릿타워 지하 주차장 입구. 이날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건물 관리 노동자들이 모래주머니를 입구에 쌓아 올리는 등 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박지영 기자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가 심각했던 서초구 진흥아파트 경비 노동자들도 저녁 무렵 태풍 대비를 위한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날 저녁 6시께 비좁은 경비실에서 태풍 관련 뉴스를 보며 저녁 식사를 하던 경비원 강신걸(65)씨는 “또 침수될까 봐 오늘은 쪽잠도 못 잘 것 같다”고 했다. 진흥아파트 1·2단지 지하는 침수 피해로 여전히 전기가 끊겨 있다고 한다. “침수되기 전에는 지하에서 식사도 하고 잠도 잘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었는데 다 침수됐어요. 인덕션, 밥솥 같은 전자 제품들이 모두 망가져서 버렸는데 우리는 뭐 보상을 따로 받을 수도 없고…다시 새로 장만했지.” 식사를 마친 강씨는 인근 단지 경비원들과 함께 모래주머니를 아파트 입구로 나르기 시작했다. 침수로 차량 대부분이 피해를 본 아파트 주민들은 이날 오후부터 태풍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지역 유료 주차장이나 지대가 높은 지역으로 피해 차를 빼기 시작했다.
호우 피해가 컸던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상인들도 저녁까지 이어진 빗줄기에 초긴장 상태였다. 이날 저녁 6시30분께 시장 들머리엔 모래주머니 수십개가 담긴 포대 3개가 놓여있었다. 한 침구 상점은 아예 가게 앞에 비치된 물건을 다 들여놓은 상태였다. 오전 9시부터 가게 앞에 놓인 물건들을 안으로 들여놓느라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80대 침구 상점 주인 ㄱ씨는 “지난 폭우로 가게 물건이 온통 젖은 기억이 나 오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물건을 최대한 높은 곳으로 쌓아놓고 있다”며 “추석도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절대 지난번처럼 침수 피해가 일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
5일 저녁 6시30분께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들머리에 모래주머니가 쌓여있다. 고병찬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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