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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경, 고위험 스토킹범 ‘수사 때부터 구속’ 원칙 발표

등록 2022-09-22 16:07수정 2022-09-23 02:47

검경,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 개최
주거침입·협박 입건된 사건도
피해자 위해 반복되면 스토킹처벌법 적용
지난 19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스토킹범죄 피해자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9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스토킹범죄 피해자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과 경찰이 피해자를 해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스토킹범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기소를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초기에 가해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다.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부터 고위험 스토킹범에 대한 판단을 보다 전문성 있게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경찰청과 대검찰청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열고 피해자 보호 방안 등을 발표했다. 우선 검경은 수사·기소·재판에 이르는 형사절차의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처를 강화해 잠정조치 4호(유치장 구금)와 구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단순 주거침입이나 협박 등 스토킹처벌법 위반이 아닌 다른 죄명으로 입건된 사건이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위해가 반복되는 등 강력범죄로 악화할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는 경우, 잠정조치를 이용할 수 있는 스토킹처벌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피해자 위해 우려가 큰 가해자에 대해선 수사 과정에서 구속영장 등이 기각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직권으로 법원에 잠정조치와 영장 발부를 요청하기로 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재발 우려가 있을 경우 피해자·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 구금 등의 잠정조치를 경찰과 검찰이 신청·청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요건이 엄격한 구속영장보다 상대적으로 발부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잠정조치는 재범 및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중심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전주환(3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한 뒤 잠정조치 등 피해자와 가해자간 별다른 분리 조처가 없어 참극에 이르렀다.

두 기관은 스토킹 가해자의 위험성 관련 자료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검찰은 스토킹 피의자의 특성, 행위의 내용과 유형, 잠정조치 이력 등 공유된 자료를 바탕으로 구형과 최종 선고 양형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위해 가능성이 큰 고위험 스토킹범을 수사기관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이번 사건 피의자 전씨의 경우에도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 데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서 경찰이 위험성이 높다고 보지 않고 잠정조치 등 가해자 분리 조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의해달라며 줄곧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한 전씨는 징역 9형을 구형받자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경찰은 스토킹 범죄 가해자에 대한 ‘위험성 체크리스트’를 활용하고 있지만, 최종 위험도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수사관 주관에 달려 있다. 경찰은 이를 객관적으로 계량화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해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국외 사법기관은 이미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 전문적인 위험성 평가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는 경찰이 스토킹 범죄 위험 평가를 위해 ‘스토킹 및 괴롭힘에 대한 선별 평가(SASH)’를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지난 4월 해당 도구를 도입한 호주 빅토리아주 경찰은 16가지 위험 요소에 따라 스토킹 범죄의 위험도를 고위험, 중간위험, 저위험으로 분류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하는 곳도 있다. 미국 뉴욕주는 뉴욕 경찰국과 지방검찰청이 협력하는 ‘스토킹 근절을 위한 협업 프로그램(CAPS)’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전역에서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살해를 당한 여성 피해자의 54%가 살해 전 경찰에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었다는 통계를 근거로 스토킹 행위가 살인으로 이어지기 전에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주 경찰관과 지방검찰청 구성원 등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뉴욕주 스토킹 법령과 스토킹 행위 위험 평가 방법, 스토킹 사건 증거 보존 방법 등에 대한 특별 교육을 받는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연간 신고만 2만건에 이르는 스토킹 사건을 초기 단계부터 일일이 전문가가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약 10% 수준의 고위험군을 잘 걸러낼 수 있도록 전문화된 평가 도구와 교육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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