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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태원은 ‘불금’부터 아슬아슬했다, 축제가 참사 되기까지

등록 2022-10-30 15:40수정 2022-10-31 02:42

28일 밤부터 30일까지 이태원 현장
29일 밤 핼러윈 축제에 몰린 인파로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 30일 오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이 두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9일 밤 핼러윈 축제에 몰린 인파로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에 30일 오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이 두고 간 조화가 놓여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핼러윈 데이(31일)를 앞두고 서울 이태원은 축제 분위기로 들떴다. ‘슈퍼마리오’ ‘스파이더맨’ 등 각양각색의 코스튬(복장·의상)을 입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리고, 핼러윈 악몽이 이태원을 덮쳤다.

이태원 참사 타임라인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려는 시민 17만명이 사흘에 걸쳐 이태원을 찾긴 했지만, 이번 핼러윈은 3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모일 수 있게 된 만큼 여느 때보다 사람들로 북적이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경찰은 하루 10만명 인파를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상인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3년 만에 페이스 페인팅 노점을 차렸다는 동아무개(22)씨는 “2019년 당시 400명가량 손님이 찾았던 만큼, 올해 다시 그만큼의 인파가 찾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핼러윈을 사흘 앞둔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골목에 인파가 빼곡히 모여 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핼러윈을 사흘 앞둔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한 골목에 인파가 빼곡히 모여 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 28일 저녁부터 몰려든 사람들…경찰도 “하루 10만명 방문 예상”

28일 저녁 ‘불금’을 즐기려는 퇴근길 직장인들까지 합세하면서 이태원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술집 앞은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해밀톤호텔 쪽 골목에는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치며 이동해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이미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8일 밤 에스엔에스(SNS)에는 ‘사람에게 떠밀려 넘어졌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그나마 ‘평일’ 저녁이었던 만큼 인명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휴일인 29일 이색 코스튬을 입고 분장한 시민들이 이른 오후부터 이태원을 찾았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아이를 동반하고 이태원을 찾은 가족 단위 나들이객도 많았다. 요정 분장을 한 아이와 함께 이태원을 찾은 지아무개(35)씨는 “지난해에도 아이와 함께 이태원에 왔는데, 그때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이가 재미있어한다”고 즐겁게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해밀톤호텔 주변 ‘군중 밀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하루 약 10만명 인파가 이태원에 모일 것으로 예상한 경찰은 별다른 추가 조처를 하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범죄 대응’을 위해 경찰 200명 정도를 이태원 일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30일 새벽, 압사 사고가 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일 새벽, 압사 사고가 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 29일 밤 10시15분 첫 신고 “사람이 깔렸다”

축제의 장이 고통스러운 비명으로 뒤덮인 건 29일 밤 10시10분께였다. 서울종합방재센터(119)에 밤 10시15분께 “사람이 깔렸다”는 첫 신고가 접수됐다. 전날과 이날 오후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해밀톤호텔 옆 골목이었다. 너비 3.2m, 길이 40m 정도 골목은 이태원역 방향으로 가파른 내리막 경사가 있는 구간이다. 119 신고 접수 2분 뒤인 밤 10시17분께 용산소방서에서 첫 구조대가 출동했다. 

해밀톤호텔 길 건너편 이태원119 안전센터 펌뷸런스(펌프차+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10시21분이었지만, 인파로 꽉 찬 골목 어귀까지 다다르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참사 현장에 뒤엉킨 인파를 뚫지 못했고, 구조 활동이 본격 시작된 것은 이미 골든타임이 한참 지난 뒤였다. 바로 옆에서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던 시민들은 술을 마시며 핼러윈을 즐겼다.

■ 11시50분 소방당국 “대응 3단계 발령”

비탈진 골목길에서 사람들은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심폐소생술에 필요한 구조인력 요청을 위해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밤 11시50분께 소방당국은 대응 3단계를 발령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역의 소방 구급차와 인력을 총동원했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한 현장. 연합뉴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한 현장. 연합뉴스

■ 새벽 1시45분 첫 공식발표 “2명 사망”

소방당국은 30일 새벽 1시45분께 2명이 숨졌다며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후 사망자 수는 급증했다. 소방당국은 새벽 2시50분께 공식 브리핑을 열어 “핼러윈 행사 중 다수의 인파가 넘어지면서 참석한 시민 중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120명”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중상자가 많았던 탓에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 30일 오후 11시, 사망자 154명
30일 밤 11시 현재 사망자는 154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40여곳 병원 영안실로 나눠 이송된 상태다. 이태원이 외국인들에게 국제적 관광명소로 알려진 탓에 외국인 사망자도 26명이나 됐다. 부상자 134명은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중상자가 36명에 달해 추가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

한편, 서울시는 30일 오후 5시30분 현재 현재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이태원 압사 사고’ 실종자 신고를 모두 4149건 접수했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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