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서 31일 오후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아이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날따라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다고, 이번에는 가야 한다고 해서 갔다고 합니다. 정말 거짓말 같아요….”
31일 오후 성남중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아무개(17)군의 빈소에서 외삼촌 ㄱ씨는 이번 일이 “거짓말만 같다”고 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김군의 빈소에서 유족들은 붉어진 눈시울로 얘기하다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했다.
김군과 함께 이태원을 찾아 함께 변을 당한 이아무개(17)군의 빈소가 차려진 삼육서울병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 친구 김군과 이군은 같은 학교 친구 2명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 참변을 당했다. 같이 간 친구 2명은 먼저 집으로 귀가했지만, 김군과 이군은 인파에 밀려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군의 유족들은 김군이 “참 착한 아이”였다고 했다. 김군의 작은외할머니 정아무개(60)씨는 “원래 인사성이 밝고 심성이 착한 아이다. 고등학교가 있는 곳에서 오래 살아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데리고 학교 주변 안내를 해주기도 하고, 한번은 학교 선생님이 ‘아이가 수학을 너무 잘해 친구들에게 문제 풀이법을 가르쳐주느라 자기 공부를 못한다’며 걱정할 정도로 정말 착했다”며 “아이 생일이 지난달 중순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결국 충격으로 쓰러졌다. 현재 김군의 아버지는 쓰러지며 혀를 깨물어 혀를 6바늘 꿰맨 채 병원에 입원해있다. 장례식장엔 어머니와 함께 중학교 3학년인 김군의 동생이 상주를 맡아 빈소를 지키고 있다.
김군의 작은외할아버지 정인성(62)씨는 “이태원에 갔다는 아이가 연락이 안 되니 엄마가 어제(30일) 실종신고를 하고 뜬눈으로 밤새 아이 핸드폰 위치추적앱을 통해 배터리가 2퍼센트 남을 때까지 계속 체크했다”며 “남아있는 가족이 충격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 암담하다”고 했다.
삼육서울병원에서 만난 이군 어머니의 친구라는 40대 ㄴ씨는 “이군이 6살 때부터 크는 걸 봐왔는데, 항상 엄마에게 의지가 되는 아들이었다”라며 “같이 자식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 속상하다”며 울먹였다. 유치원때부터 이군과 친구였다는 ㄷ(17)군은 “어렸을 때부터 치고받고 싸웠던 친구에게 이런 일이 벌어져 많이 안타깝다”고 했다.
유족들은 정부의 미진한 대책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김군의 작은외할아버지 정씨는 “어제 아이 주검을 확인하러 이곳에 왔는데, 정부에서는 장례식장을 잡아라, 어디서 쉬어라 이런 말이 없었다. 결국 가족들이 이곳 장례식장을 잡아서 오늘부터 장례를 시작했다”며 “아무 대비 없는 상황에서 날벼락을 맞았는데, 공무원들은 체감할 수 있는 대책 없이 와서 자리만 지키고 있다”고 했다.
학생 2명이 한꺼번에 숨진 해당 학교 관계자는 “위(Wee)클래스(학교 안 상담교실) 상담교사와 교육당국이 지원해준 외부 상담사들이 학생들이 충격과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2주 동안 집중적으로 심리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학생들이 떠난 친구를 조문할 수 있도록 내일 하루 수업을 쉬기로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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