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1일 오전 ‘이태원 사고’ 현장 인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선배, 그곳에서 행복하고 편히 쉬세요. 반가웠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째인 1일 서울지하철 이태원역 1번출구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국화 한두 송이가 놓이면서 시작된 이태원역 추모공간에는 밤사이 추모객이 몰리면서 차로변까지 국화가 놓이고 애도의 마음을 담은 글귀가 붙었다. 콜라, 소주, 맥주, 바나나 우유, 과자 등 청년들이 좋아할 법한 음식들은 더 늘어나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희생자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남긴 메모가 눈에 띄었다. 한 추모객은 “언니 인스타 보면 미술관, 전시회 보러 간 사진이 또 올라올 것 같은데 이제 안 올라오겠지? 언니의 죽음에 많은 사람이 애도하고 있어. 외롭고 추워도 한 번씩 밑에 봐봐. 사람들이 평생 기억하고 살아갈 거야”라고 적었다.
생면부지의 시민들도 출근길 희생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참사 현장을 찾았다. 이태원 인근에서 근무하는 주아무개씨는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추모공간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주씨는 인터뷰 내내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회사 동료의 외국인 지인이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해서 더 슬펐다. 업무 시작 전에 기도하러 왔다”며 “금요일 저녁 10시쯤 퇴근했는데 굉장히 혼잡했다”고 말했다.
희생자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추모객이 남긴 메모. 안태호 기자
위례에서 온 이아무개(61)씨는 충정로 쪽으로 출근하는 길에 추모현장에 잠시 들렀다. 이씨는 “나이대가 비슷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남 일 같지 않았다. 너무 안타까워서 한번 꼭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헌화한 뒤 10여분간 엎드린 채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던 20대 전아무개씨는 방송국에서 일한다고 했다. 사고 당일 근무한 터라 참사 원본 영상을 다 봤다. 전씨는 “야간 근무한 뒤 퇴근하고 왔다. 모자이크 없이 영상을 봐서 트라우마가 너무 심했다. 참담한 심정으로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희생자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추모객이 남긴 메모. 안태호 기자
녹사평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도 아침부터 사람이 몰렸다. 출근 전 분향소를 찾은 강수연(30)씨는 “너무 어린 친구들이 한번 놀자고 갔다가 그런 일을 당해서 너무 슬퍼하는 마음에 왔다”고 말했다. 20~30대 자녀를 둔 조찬호(64)씨는 희생자들에게 국화꽃을 건넨 뒤 나오면서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조씨는 “부모 된 입장에서 아이들이 너무 참담한 사고를 겪은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깝다. 아이들이 편안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약혼자와 함께 온 유지윤(30)씨는 일터와 거주지 모두 이태원 근처다. 유씨는 약혼자 품에서 한동안 울다가 진정한 뒤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저희도 핼러윈 때 방문하려고 했는데 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인도 현장에 있었다는 얘길 들어서 출근하기 전에 잠깐 왔다”고 말했다.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김 대법원장은 “지금 이 슬픔과 안타까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정말 참담하고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1일 이태원역 1번출구에 놓인 추모 글귀. 안태호 기자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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