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나도 거기 있었다면”…핼러윈 참사에 1020 또래 ‘간접 외상’

등록 2022-11-02 07:00수정 2022-11-02 09:27

희생자 74%가 10·20세대
현장에 있었든 없었든 트라우마 노출
“1577-0199로 전화해 상담 받아야”
참사 당일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을 방문했던 당현서(21)씨가 31일 낮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 뒤 분향소 앞을 떠나지 못한 채 광장에 앉아 분향소를 바라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참사 당일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을 방문했던 당현서(21)씨가 31일 낮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 뒤 분향소 앞을 떠나지 못한 채 광장에 앉아 분향소를 바라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는 10대와 20대에 집중됐다. 총 사망자(156명) 가운데 10대와 20대 사망자가 74%(116명)에 달한다. 이를 바라보는 또래 연령대 사람들이 ‘간접 외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참극을 목격한 사람들의 충격은 더 크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을 방문했던 이정은씨가 31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을 방문했던 이정은씨가 31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의 주검을 목격한 충격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당시 구조활동을 도왔다는 서윤희(22)씨는 1일 녹사평 분향소에서 <한겨레>와 만나 “현장의 장면이 계속 생각나고, 죄책감 같은 게 있다. 같이 갔던 친구들도 그냥 밤마다 계속 울면서 보낸다. 저는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일상을 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라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동아무개(22)씨는 “너무 많은 걸 가까이서 봤다. 현장에서 구급차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제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살았고, 희생자분들에게 미안한 심정이다”라며 “지금도 눈을 감으면 주검들의 얼굴이 보인다. 계속 내가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명이라도 살릴 수 있지 않았겠느냔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현장에 있지 않았어도 또래들이 집단으로 비극적인 일을 당한 현실에 ‘2차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양하림(23)씨는 “사고 당시에 다른 약속이 없었더라면 이태원에서 약속을 잡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참사 당일 밤 에스엔에스(SNS)에 여과 없이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들 때문에 여파가 더 크다”고 했다. 김하연(13)양은 “참사 이후 온라인상에서 영상을 보고 밀리는 사람들과 비명이 자꾸 떠오르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사람들이 많은 곳을 무섭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고든(17)군은 “사고 현장 영상의 비명과 화면이 가끔 떠오를 때마다 속이 좀 메스껍다”고 했다.

같은 20대로서의 애도를 담아 한 시민이 쓴 메모지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국화꽃 속에 묻혀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같은 20대로서의 애도를 담아 한 시민이 쓴 메모지가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국화꽃 속에 묻혀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이들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사고 사진·영상과 희생자를 탓하는 발언들이 트라우마를 더 키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하림씨는 “언론이나 에스엔에스를 통해 퍼지는 자극적인 영상이 (트라우마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직접 있던 기억으로 받는 ‘1차 트라우마’, 현장에 있지도 않고 지인이 변을 당한 것도 아니지만 충격을 받는 ‘2차 트라우마’ 모두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찬승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홍보위원장은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더 적나라한 장면에 노출되기 때문에 심한 트라우마가 생긴다”며 “언론에서도 자극적인 장면을 스스로 걸러내고 보도해 사회적 지지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위원장은 또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로 전화해 1차 선별 상담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1.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2.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3.

윤석열 쪽 증인 국정원 3차장 “선관위, 서버 점검 불응 안했다” [영상]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4.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대통령실서 단전·단수 쪽지 봤지만, 윤석열 지시 없었다는 이상민 5.

대통령실서 단전·단수 쪽지 봤지만, 윤석열 지시 없었다는 이상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