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외국인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압사 사고 추모공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정부의 부실한 지원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낯선 곳에서 황망하고 비통한 가운데 가족의 주검을 수습해야 하지만 여러 기관이 얽힌 절차에 대해 정부의 안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2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아무개(24·오스트리아 교민)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장례를 마친 뒤 서울 용산경찰서를 찾았다. 장례를 마친 뒤 아들의 마지막 유품이라도 챙겨 본국으로 떠나기 위해서였다. 외교부는 영문 누리집에서 참사 당시 유실된 휴대전화나 신분증 등을 용산서가 보관하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서는 김씨의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부모님의 말을 배우고 싶다’며 한국으로 떠났던 아들이 뜻밖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오스트리아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김씨의 어머니는 겹겹의 어려움을 겪었다. 외교부의 일대일 전담 공무원이 있다지만, 먼 타지에서 밟아나갈 절차들을 섬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주검을 인도받고 본국으로 송환하기까지 과정을 망라한 안내문이 유가족들에게 배포됐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었겠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유관 부서끼리만 공유됐다.
유품을 찾을 때에도 참사 유족들은 직접 유실물센터 누리집을 확인하거나 현장 방문을 해야 한다. 우리말에 서툰 이들에겐 한층 벽이 높아 도움이 필수적이다. 자식의 마지막 유품을 찾는 일마저 가로막히자 김씨의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우리는 이방인이잖아요. 처음엔 나라에서 다 해준다더니, 말이 자꾸 바뀌니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품은 일차적으로 경찰청과 서울시에서 관리한다. 요청할 경우 (외교부가) 도와드리고는 있다”고 했다.
정부가 장례 비용 등 유족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선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태 초기엔 실비 지원인 탓에 유족이 직접 비용을 치르고 나중에 증빙을 통해 비용을 보전받는 방식이어서 26명의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혼란을 겪었다. 스리랑카인 희생자의 친구 가띠씨는 “어제 저녁 항공편으로 친구 시신을 가족들에게 돌려보냈다”며 “1천만원 좀 넘게 들었는데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겨우 비용을 댔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뒤늦게 실비 지원하던 1500만원의 장례비용을 정액 지급 방식으로 바꿨다. 유족들은 위로금 2천만원에 장례비를 더해 모두 3500만원을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 조건이나 증빙 절차 없이 지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용산구에 따르면 이런 발표가 나온 지 이틀이 지난 3일까지도 신청 건수는 2건에 지나지 않는다. 외교부 쪽은 “가족들에게 개별적으로 안내를 마쳤다”고 밝혔다. 희생자 26명 가운데 이날까지 본국으로 송환된 이는 7명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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