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12시40분께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경상남도 김해시에서 올라왔다는 권영권(56)씨가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남긴 메시지. 고병찬 기자
“‘왜 이렇게 됐는지’ 밝혀질 때까지…애도는 계속돼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가 정한 ‘국가 애도 기간’은 5일로 마무리됐지만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 전날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서는 참사 관련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도 열렸다.
6일 낮 12시께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여명의 시민이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고 있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그곳에서는 편히 쉬기를…경남 김해에서’, ‘PRAY FOR ITAEWON’(이태원을 위해 기도합니다) 등 시민들의 추모의 마음이 가득 담긴 포스트잇은 1번 출구 난간을 뒤덮고 있었다. 이날 만난 오주은(26)씨는 “참사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는데, 나와 같은 또래들이 사고 당한 게 너무 안타까워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날도 서울 중구 녹사평 합동분향소에 갔었다는 오씨는 “왜 이렇게 됐는지 밝혀진 게 없지 않나. 참사 진상규명이 다 될 때까진 애도는 계속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추모공간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이소민(19)씨도 “세월호 참사 때도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돌아가셨는데 아무것도 못 해서, 이번엔 할 수 있는 건 해야겠다 마음 먹어 자원봉사하게 됐다”며 “추모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애도 기간을 정부에서 정해놓은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촛불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자하철 시청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 각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마다 시민들의 추모 행렬은 이어졌다. 지난 5일 ‘이태원 사고 사망자’에서 ‘참사 희생자’로 현판이 바뀐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 주성호(45)씨는 “‘희생자’로 바뀐 현판을 보니 반가웠다”며 “직접 추모하러 오니 더 뭉클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겨레>에 “정부 지침에 따라 ‘사고 사망자’로 표기했으나,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참사 희생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바뀐 현판에 대해 설명했다.
주말을 맞은 5일 오후 5시께 서울 시청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같은 시각 삼각지역 인근에서 보수단체도 집회를 열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한 세월호 유족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은 “내 아이가, 내 가족이 ‘왜 희생됐는지’ 알아야 애도할 수 있다. 책임자들이 책임지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받은 다음 (애도)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고 외쳤다.
국가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서울·경기 등 각 지자체에서는 합동분향소를 연장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서울 중구 녹사평 합동분향소는 오는 12일까지, 경기도 수원시와 의정부시가 운영하는 합동분향소는 오는 9일까지 운영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6일 낮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포스트잇에 추모의 메시지를 적고, 추모에 동참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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