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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태원 참사’와 ‘10·29 참사’…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등록 2022-11-07 20:15수정 2022-11-08 02:42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로 시민들이 올라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출구로 시민들이 올라가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사회적 재난의 명칭은 해당 사회가 재난의 원인과 성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 나갈지를 드러내는 기준이 된다. 한국사회는 2022년 10월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에 어떤 이름을 부여해야 할까.

명칭에는 ‘권력’이 작동한다.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사고’를,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사고’를 고집하는 이유다. 2007년 삼성중공업 소유 크레인에 의한 기름유출 사고는 보통 해상오염사고를 일으킨 선박이나 기업 이름이 들어가는 관례를 깨고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한동안 명명됐다. 삼성 이름은 사라지고 피해지역이 오히려 오염지역으로 각인됐다.

<한겨레>를 포함한 많은 언론은 ‘이태원 참사’라고 부른다. 20대가 주로 찾는 서울 도심 한복판 골목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공간적 특수성이 고려됐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역시 공공화장실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성격이 명칭에 반영됐다. 이태원동에 직장이 있는 김지유(30)씨는 7일 “참사가 벌어진 장소가 이태원이라 대체할 수 있는 명칭이 없다고 생각된다. 해밀톤(호텔) 골목 사고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 차라리 이태원이라고 더 넓혀서 부르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했다. 이태원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근호씨는 “당시 상황은 참혹했고, 나도 사고 수습에 협조했지만 이태원 참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참사 트라우마를 자극하고 해당 지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한국심리학회는 “지역 혐오 방지” 등을 이유로 ‘10·29 참사’로 부르겠다고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도 대안 명칭을 논의 중이다. 참사 현장 근처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오은희(42)씨는 “예전에 뉴욕에서 테러가 났을 때 9·11 테러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을 계속 쓴다면 다음 세대에도 계속 이 지역에 대해 위험한 곳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것 같아서 10·29 참사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현재로서는 ‘이태원 참사’라는 명칭이 이번 재난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판단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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