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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은 국가통신망, 소방·의료는 카톡방…‘현장불통’ 예고됐다

등록 2022-11-11 05:00수정 2022-11-11 06:12

세월호 뒤 구축된 재난안전통신망
이태원 참사 때 가동시간 3분 남짓
별도 앱은 쓰기 불편…현장서 외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부상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부상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교통·인파 등을 통제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재난 대응의 핵심 축인 경찰·소방·의료가 모두 소통할 수 있는 통신망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 뒤 구축된 ‘재난안전통신망’은 무용지물이었고, 소방·의료 기관은 국가 통신망이 아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재난 상황을 공유했다. 경찰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자, 보건복지부는 경찰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참가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초 사고 발생 119 신고 접수 20여분 뒤인 10시38분께 중앙응급의료상황실(상황실)이 운영하는 ‘모바일 상황실’에는 이태원에서 10여명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으로 개설된 모바일 상황실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소방, 응급의료기관, 지자체 등 400여명이 참여 중이었다. 이후 소방·의료기관과 지자체는 현장응급의료소가 철수하는 30일 새벽3시37분까지 5시간 가량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등 대응 상황을 공유했다.

하지만 모바일 상황실에 재난 대응의 핵심 축인 경찰은 없었다. 모바일 상황실에선 “경찰에 큰 도로 쪽 골목에 응급의료소 공간 확보를 요청해라”(밤 11시25분) “의료진이 경찰 통제로 현장진입이 안된다”(밤 11시41분)는 절박한 요청이 잇따랐지만, 대화방에 없는 경찰은 답이 없었다. 결국 소방당국이 별도 연락을 통해 경찰에 차량·인파 통제를 요청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의료·소방이 함께 소통할 수 없었던 건 지난해 5월 개통한 ‘재난 안전 통신망’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난 안전 통신망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기관마다 통신 방식이 달라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자, 경찰·소방·해경·의료·군·지자체·전기·가스 등 8대 333개 재난유관기관이 단말기만 있으면 음성·영상·문자·사진 등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개통된 망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대응 과정에서 지자체와 경찰·소방·의료 기관들이 재난 안전 통신망을 함께 사용한 시간은 3분 남짓에 불과했다. 심지어 기술개발 문제로, 서울 소방 통신 시스템은 재난 안전 통신망에 연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재난안전통신망관리과 관계자는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이 부족했던 건 맞지만 망 자체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응급의료기관이 확보한 단말기가 적어서 다른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재난 대응 기관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재난 상황 등을 공유했다. 재난 안전 통신망과 별개로 복지부가 2017년 개발한 ‘스마트 상황실’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었지만, 개인·기관정보 인증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현장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경찰·소방·의료기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복지부는 우선 카카오톡 대화방에 경찰을 참가시키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경찰이 모바일 상황실에 참가하는) 부분을 협의하려고 한다”며 “1년 내내 환자 이송 문제가 발생하는데 일상적인 이송 문제까지 반드시 경찰이 와야 하는지, 의료 정보가 있는데 경찰이 상시로 들어와 있어도 될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재난 상황에서 상황실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간과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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