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친구들과 포옹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7일 수능 4교시가 끝난 오후 4시40분께 굳게 닫혀 있던 서울 서초구 서초고 정문이 열리자 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을 기다리던 부모, 친구 등 80여명의 눈길이 학교 안쪽으로 쏠렸다. 탐구 영역을 마치고 속속 시험장 교문을 빠져나온 수험생들을 보자 부모들은 “수고했다”며 학생들의 손을 잡고 등을 토닥였다.
17일 오후 4시40분께 부모, 친구 등 80여명이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앞에서 수능을 마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지영 기자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서초고 정문 앞에서 아들을 기다린 최아무개(49)씨는 “오늘 하루 종일 가슴 졸이며 시계만 봤다”고 했다. 최씨는 “아침부터 ‘지금 1교시 국어 영역을 마쳤겠구나’, ‘점심을 먹겠구나’ 시계 보면서 계속 시험장에 있을 아들을 생각했다. 수학이 어려웠다고 하는데, 아들이 잘 봤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김진숙(46)씨 또한 “일과 내내 아들 걱정에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고 운동하러 나갔다 왔다”고 웃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임호정(20)씨는 “시험 마친 친구가 응원하러 오면 한턱 쏘기로 해서 왔다. 친구 만나면 ‘고생했다’고 말해주려 한다”고 웃었다.
아침부터 약 9시간 동안 시험을 마치고 나온 수험생들의 표정은 한결 가벼웠다. 서초구에 사는 박재환(18)군은 “일단 수능이라는 큰 고비를 넘긴 것 같다”며 “앞으로 수시 전형도 있어서 결과는 끝까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을 마친 권아무개(18)군은 “그동안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자고 싶다”고 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시험을 마친 수험생 자녀를 마중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날 만난 수험생들은 대체로 수학·탐구 영역이 “어려웠다”는 반응이었다. 재수생 오준서(19)씨는 “수학 영역 시험지를 받고 푸는 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하는 김지원(21)씨는 “수학도 어려웠고, 사회 탐구 영역 중에 생활과윤리, 사회문화 과목이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고에는 아이돌 그룹 멤버를 응원하기 위해 학교를 찾은 팬들의 모습도 보였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홍지연(22)씨는 “그룹 에이티비오(ATBO) 원빈의 팬인데, 아침에 출근하느라 입실을 못 챙겨봤다”며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께 제2외국어와 한문 과목 시험까지 진행되는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앞도 수험생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가 진 뒤 어두워지고 나서야 시험장을 나온 학생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올해 수능이 세 번째라는 김지현(20)씨는 “제2외국어까지 보느라 지치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이젠 더 안보겠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열심히 했다”며 “이젠 헬스도 등록해 운동도 하고, ‘해야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50만8030명이 응시한 2023학년도 수능은 이날 아침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0여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2400명가량의 확진 수험생은 전국 110곳에 마련된 별도 시험장과 25개 병원 시험장에서 수능이 치러졌다. 확진 수험생에게 수능 당일 별도 시험장으로 외출이 허용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7일 오후 5시56분 20여명의 학부모가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서 제2외국어 시험을 마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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