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 저녁 10시21~23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 건너편 식당에서 찍은 골목 모습. 경찰 2~3명이 인파가 차도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태원 건너편 식당에서 찍은 이 제공
이태원 참사 당일 밤 11시30분께 돼서야 현장 교통 경찰들이 참사가 발생한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은 이미 밤 9시부터 위험을 인지했지만 교통 경찰에게까지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5일 더불어민주당 용산이태원참사 대책본부가 공개한 참사 당일인 10월29일 경찰 교통 무전 녹취록을 보면, 교통 경찰은 119에 첫 사망 신고가 들어온 시각(10시15분)보다 약 1시간11분이 지나서야 참사 사실을 파악했다. 무전상으로는 밤 11시26분에서야 처음으로 “압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이날 저녁 8시35분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장은 용산경찰서 교통과장에게 “(오늘) 이태원 핼러윈데이 행사가 있다. 안전하게 마무리될 때 까지 조금 더 교통관리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서울청 종합교통센터는 핼러윈데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인 용산·마포·강남서 교통과장들에게 △불법주정차 사전 관리 △횡단보도 보행자 안전 확보 등을 공통적으로 지시하고, 구체적으로 용산서에는 녹사평로터리∼이태원119안전센터 등 집중 관리 지역을 지정했다.
밤 9시4분, 용산서 교통순찰팀장은 “교통경찰 11명, 교통순찰차 5대를 배치해 근무 진행 중”이라며 “현 시간 인파는 약 10만여명정도 될 것 같다”고 보고했다. 이어 밤 9시17분에도 “이태원로에 핼러윈(데이) 관련해서 인파가 많이 증가돼있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서 차량 소통이 좀 어려운 상황”이라고 다시 보고했다.
이후 약 한시간가량 경찰 교통 무전에는 아무런 소통도 이뤄지지 않았다. 52분이 지난 밤 10시9∼13분 서울청 종합교통정보센터는 “핼러윈데이 맞이해서 젊은 보행자들이 많이 확인된다”며 “취약장소, 교통사고 다발 지역 등에 대해서는 잘 선정해서 집중적인 순찰근무를 해달라”며 야간근무 지시를 종료했다.
이 무전이 오간 지 2분이 지난 밤 10시15분 참사가 벌어졌지만, 경찰 교통 무전망에서는 아무런 무전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10시25분에서야 서울청 종합교통정보센터가 “종암”을 한차례 부르지만 응답은 없었다.
31분이 지난 밤 10시56분 용산서 교통순찰팀장이 서울청 종합교통정보센터를 불러 “이태원로 인파가 너무 많아져서 안전사고 우려가 지금 굉장히 높다”며 “녹사평, 한강진로 교통 통제해서 이태원로 교통통제토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미 이태원 참사 관련 첫 신고가 들어온 뒤 41분이 지나 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뒷북’ 보고를 한 셈이다.
이후 용산서 교통센터는 밤 11시26분에서야 서울청 종합교통정보센터에 “30명이 지금 압사를 해가지고 심폐소생술(CPR) 상태”라고 처음 보고했다. 이후 밤 11시27분 서울청 종합교통정보센터는 교통순찰차 1대와 싸이카 3대를 첫 지원하겠다고 무전했다.
경찰은 이미 밤 9시께부터 인파 운집으로 인한 사고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교통 경찰에게는 내용이 전혀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 있었지만 교통 경찰은 교통 관리가 주업무인 데다 사람이 워낙 많았기에 사상자 파악이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공개된 서울청 무전망 녹취록을 보면, 경찰 상황실·파출소 등은 밤 9시1분 “대형사고 위험” 신고를 인지하고 질서 관리에 나선다. 밤 9시51분에 해밀톤호텔 옆에서 “사람이 깔렸다”는 신고를 보고하며 이때부터 가용 경력이 참사 현장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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