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정 실장의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치적 동지”라고 규정했는데, 범죄 혐의에 대한 공모 관계는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정진상 등 이 대표 측근을 수사하면서 체포와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쉴 틈 없이 몰아친 검찰이, 잠시 휴지기를 두고 증거관계를 다진 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수수 등 혐의로 정 실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정 실장이 대장동 사업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7차례에 걸쳐 2억4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1억4천만원과 비교해 금품수수액이 1억원이 늘었다.
검찰은 이밖에도 정 실장이 천화동인 1호에 배당된 대장동 개발이익 700억원(경비 등 제외 428억원)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나눠 갖기로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실장은 지난해 9월 대장동 수사가 시작될 무렵,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정 실장이 대장동 일당에게 제공한 사업상 편의가 당시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영향력을 등에 엎고 행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정 실장의 구속기간 동안, 대장동 일당에 대한 편의 제공과 금품 수수가 이 대표의 승인 아래 벌어진 일인지를 확인하는데 주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앞서 구속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 역시 조사 내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진술이라는 ‘연결 고리’를 확보하는데 실패한 검찰은 이 대표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 증거와 법리를 검토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실장의 구속 영장에 이 대표와 ‘정치적 공동체’로 표현하며 의사 결정 과정과 각종 이해 관계를 공유하는 사이임을 강조했으나, 정 실장을 기소하면서 혐의 사실에 대한 공모 관계는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남은 수사 대상이 이 대표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재명-정진상) 공모관계를 공소장에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정 실장 등 진술로만 혐의가 입증되는 건 아니다. 사실관계 등을 종합 검토해 (조사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조사의 방식과 시기 등을 조율하겠지만, 이 대표의 혐의를 추궁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날 이 대표를 연내 조사할 가능성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향후 조사 대상자나 향후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증거 관계가 확실했으면 정 실장 공소장에 이 대표와의 공모 관계를 적시했을 것”이라며 “명확한 증거가 있고 다수가 동일한 취지로 진술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지만, 그 정도 상황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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