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발생 49일째인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들머리에서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태원 그 골목에서 차갑게 생을 다한 우리 아들·딸들을 잊지 말고 기억해 주세요. 제일 안전한 나라에서 다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기를 모두 다 기원해 주세요.”
이태원 참사 이후 49일째인 16일 오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위령제에서 고 이지한 씨의 어머니 조미은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간곡하게 부탁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2시간 동안 조계사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서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를 봉행했다. 제단에는 유가족이 동의를 받아 65명의 영정과 77명의 위패가 일렬로 3줄에 걸쳐 놓였다. 그 앞에는 바나나·감·사과 등 과일과 제사 음식, 고인이 생전 좋아하는 간식들도 함께 놓였다. 이날 49재에는 유가족 150여명, 승려 100여명뿐 아니라, 신도 등 시민들도 참여했다. 영하 6도의 강추위에 참석자들은 주최 쪽이 준비한 손난로를 손에 꼭 쥐었다.
이날 의식은 오전 10시께 조계사에서 추모의 의미로 종을 158차례 치며 시작됐다. 망자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길 비는 불교의식인 천도재는 무대 옆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통해 중계됐다. 희생자의 영을 태운 가마가 유족들이 앉은 자리를 지나 무대로 향하자, 유족들은 눈가를 훔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추모 법문을 진행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우리 모두는 서로가 연결돼 있다”며 “그러므로 나의 일이 너의 일이고, 너의 일이 나의 일이다. 우리는 영가(영혼)와 가족들에게 한없는 위안을 주어야 한다. 오늘 49재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1시15분부터 참사 희생자의 유족이 단상에 올라 헌화를 시작했다. 유족들은 영정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거나, 일부 유족은 북받쳐오는 감정으로 몸을 잘 가누지 못해 다른 유족의 부축을 받아 단상을 내려왔다.
유족을 대표해 조미은씨는 자장가 ‘잘자라 우리 아가’를 부른 뒤 “조계사에서 저희 아들딸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저는 사실 오늘이 오지 않았으면 했다. 오늘이 지나면 이승에서는 아이를 보는 마지막이 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유족들이 희생자에게 보낸 편지를 읽어 나갔다.
이날 오전 열린 49재는 희생자의 위패와 옷가지 등을 불로 태우는 소전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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