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11월 2일 오후 한 추모객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발생 닷새째였던 11월 2일.
검은색 옷을 입은 한 여성이 참사 현장 골목길에 2중, 3중으로 쳐 있는 경찰통제선으로 다가갔습니다. 누가 봐도 유가족이나 가까운 추모객으로 보였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가 느껴져서인지 경찰도 막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도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골목길 안쪽으로는 선뜻 들어서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차가운 돌 바닥에 무릎 꿇는 순간, 마치 정지화면처럼 시간이 멈춰 서버린 듯한 적막감이 주변을 감돌았습니다.
희생자들은 알까요? 이 좁은 골목길에서 왜, 어떻게 이런 참사가 일어났는지?
지난 12월 14일 유가족이 직접 마련한 시민분향소가 이태원광장에 설치된 날 골목길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곳에 있는 편의점과 일부 상점, 카페 등에 내려졌던 셔터는 올려져 있고, 영업하는 곳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외침 만이 메아리처럼 들리는 듯했습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22년, 여러분이 웃고 울었던 현장에 <한겨레> 사진기자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끝자락까지 그 마음에 남은 사진 한 장들을 모아 연재합니다. 새해에도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마음을 잇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