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시장님과 공개방송을 통한 만남을 제안 드립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4일 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에스엔에스(SNS)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면담에 나설 뜻을 밝힌 가운데, 전장연은 오 시장에게 ‘공개방송’을 통해 만나자고 제안했다.
5일 아침 8시 전장연 회원 10여명은 어제 서울교통공사(공사)와의 면담 후 예고한 대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열차 탑승 없는 ‘256일차 장애인권리예산입법을 위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공사와 경찰은 인력 100여명을 동원해 승강장에 대기시켰다. 전날처럼 공사 직원은 ‘퇴거요청’ 방송을 위한 메가폰을 들고 있었지만, 공사와 전장연이 ‘냉각기’를 갖기로 한 만큼 방송을 하진 않았다. 전장연은 충돌 없이 아침 8시55분 선전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선전전에서 전장연은 오 시장에게 ‘공개방송’에서 면담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전날 전장연은 공사와 한 면담에서 오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날 밤 오 시장은 에스엔에스로 면담에 응할 의사를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는 “오 시장이 페이스북에서 면담 제안을 한 후 저희도 페이스북으로 ‘공개방송’을 통한 만남을 제안했다”며 “오세훈 시장이 그동안 방송으로 법안 조정안을 불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공개적으로 발언해온 만큼 면담도 공개방송을 진행해 서울시민과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많은 시민이 볼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5일 아침 8시20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병찬 기자
다만 전장연은 방송이 아닌 다른 방식이더라도 면담에 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방송이라는 방식을 고집하는 건 아니다”라며 “만남을 통해 법원의 조정안 불수용 방침에 대한 설명과 지난 2~3일 지하철 선전전에서 있었던 폭력 등에 대해 사과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이날 서울시장 비서실 등과 구체적인 면담 방식 조율을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 2∼3일 공사와 경찰의 열차 탑승 통제를 겪은 활동가들은 이날 선전전에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권익옹호팀장은 “이틀간 총 19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려고 했지만, 공사의 폭력으로 타지 못했다”며 “현재 많은 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와 저상버스 그리고 장애인 콜택시는 모두 투쟁의 결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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