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단독] 멀쩡한 승강기에 ‘고장’…전장연 막는다고 교통약자도 막았나

등록 2023-01-13 06:00수정 2023-01-13 17:14

삼각지역 역내시위 원천봉쇄 때
교통공사 “고장 조치 중” 이용차단
경찰도 대화내용 있어 개입 의혹

지난 2일 저녁 7시25분께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엘리베이터에 붙은 ‘고장 조치 중’ 안내문. 독자 제공
지난 2일 저녁 7시25분께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엘리베이터에 붙은 ‘고장 조치 중’ 안내문. 독자 제공

지난 2일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선전전을 막으려고 역사 엘리베이터에 ‘고장 조치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이용을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사는 지난 2일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을 전면 봉쇄했을 당시 3·5번 출구 쪽 엘리베이터에 ‘고장 조치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이용을 제한했다. 선전전이 이어진 이튿날 오전에도 공사는 ‘승강기 안전검사’를 이유로 탑승을 금지하는 안내물을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했다.

그러나 공사가 써 붙인 고장 안내문과 달리, 2일 삼각지역 엘리베이터 ‘고장 기록’은 없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당일 삼각지역 엘리베이터 고장 기록은 없다. 점검 때문에 안내문을 붙였을 수도 있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 관계자는 “2~3일 엘리베이터 비상통화 장치와 승강기 안전점검은 기록상 점검 일정은 있었으나, 점검이 이뤄진 시간 등은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폐쇄에 당시 삼각지역을 찾은 휠체어 장애인들은 승강장까지 먼 길을 돌아가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2일 저녁 7시30분께 휠체어를 타고 삼각지역을 찾은 안일환(31)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는 안내문을 보고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를 찾기 위해 반대편 출구로 돌아갔다”며 “다음날 오전에도 지하 2층 승강장으로 내려가려는데 엘리베이터 앞 ‘안전 점검한다’는 안내문만 설치돼 있었고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일 삼각지역에서 선전전을 통제한 한 경찰이 들고 있던 휴대전화 단체대화방에는 “외부에도 고장 표기”라는 대화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는 당일 ‘무정차 대응’ 등 공사와 함께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의 열차 탑승을 전면 봉쇄한 경찰이 ‘역사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는 표식을 붙이라고 지시한 정황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당시 경찰이 엘리베이터 금치 조치 등을 내린 건 없다. 시설물 관리 주체인 공사 쪽의 요청에 따라 통제했을 것”이라고 했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역사 내부에 있던 경찰이 역사 안 엘리베이터에 ‘고장 조치’ 안내문이 붙여진 사진을 올렸고, 역 밖에 있던 경찰도 외부 출구 쪽 엘리베이터도 고장 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고 상황 공유 차 사진을 올린 것이다. 경찰이 엘리베이터 폐쇄에 개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선전전 당일 공사가 엘리베이터 이용을 막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12월6일 공사는 이동권 시위를 막는다며 예고 없이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아침 7시30분부터 9시까지 1시간30분 동안 폐쇄했다.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당시 공사는 “엘리베이터의 운행 중지는 최대한 지양하겠다”며 사과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전장연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이 ‘지하철 5분 초과 지연시 손해배상’ 문구를 빼고 2차 조정안을 낸 것을 두고 “법원의 (2차) 강제조정 결정문에 ‘5분을 초과해’라는 조건이 빠진 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관치가 법치를 흔들어버린 결과”라며 “매우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애초 법원은 지난달 19일 전장연의 시위로 지하철 운행이 ‘5분을 초과해’ 지연됐을 때 공사에 500만원을 손해배상하라는 1차 강제조정안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 2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통로에 붙은 ‘고장 조치 중’ 안내문. 독자 제공
지난 2일 저녁 7시30분께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통로에 붙은 ‘고장 조치 중’ 안내문. 독자 제공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공수처, 윤석열 조사·압색 무산…검찰 이첩 앞당길듯 1.

공수처, 윤석열 조사·압색 무산…검찰 이첩 앞당길듯

이재명, ‘공선법’ 위헌심판제청 신청…법원 수용시 재판 정지 2.

이재명, ‘공선법’ 위헌심판제청 신청…법원 수용시 재판 정지

“명태균은 다리 피고름 맺혀도”…명씨 변호사, 윤석열 병원행 분개 3.

“명태균은 다리 피고름 맺혀도”…명씨 변호사, 윤석열 병원행 분개

[단독] 검찰, 김성훈 ‘총기 사용 검토’ 내용 있는데도 영장 반려 4.

[단독] 검찰, 김성훈 ‘총기 사용 검토’ 내용 있는데도 영장 반려

[속보] 공수처, 대통령실·관저 압수수색 무산…경호처가 막아 5.

[속보] 공수처, 대통령실·관저 압수수색 무산…경호처가 막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