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문 조사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검찰에 출석해 12시간 반가량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A4용지 150여쪽 분량에 달하는 질문을 쏟아내며 이 대표를 압박했고, 이 대표는 33쪽 분량의 진술서를 토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2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이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오전에는 위례 사건을, 오후에는 대장동 사건 관련 배임·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를 본격 조사했다. 이 대표가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아 오후 9시께 조사가 끝났고, 피의자 신문조서 열람 등을 마친 11시께 귀가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앞서 33쪽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제출했고, ‘검사 질문에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는 취지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대표를 겨냥한 핵심 의혹은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배임 혐의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자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가 민간사업자들의 요구사항을 챙겨주고,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이 총 7886억원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를 최종 결정하면서, 성남시가 1882억원의 배당금 외에 추가 이익을 얻지 못해 피해를 보았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또 민간사업자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을 요구했는데 이 대표가 이를 모두 보고받은 뒤 승인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에게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이 유출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민간사업자들이 수천억 원대 이익을 얻은 건 예상치 못한 부동산 경기 활황 때문일 뿐, 5500여억원을 환수한 모범 공익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진술서를 통해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민을 위한 것이었고,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사업비용 1120억원을 추가로 부담시켜 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확보했다”고 했다.
또 성남시 쪽 이익을 ‘비율’이 아닌 ‘확정액’으로 정한 것도 “지방자치단체는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아니라 안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이익을) 비율로 정하면 경기변동 시 불안정성이 있다”며 “ 2016년 사업 인가 당시 성남시 환수액은 5503억원, 민간이익은 1800억원 이하였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폭증해 민간이익이 4천억원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공환수액 5503억원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가 폭등을 예상 못 했다는 비난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천화동인 1호’ 지분을 놓고도 검찰과 이 대표 쪽 입장이 나뉜다. 검찰은 이 대표 쪽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428억 가운데 일부를 받기로 했다고 의심한다. ‘김만배→유동규→정진상→이재명’을 거치며 천화동인 1호 지분 배당을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남욱 변호사는 앞선 재판에서 “해당 지분이 ‘이 대표의 노후 자금으로 들었다’”는 진술을 한 바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다. 다만 ‘키맨’으로 꼽히는 김만배씨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는 자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뒷돈이 이 대표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도 있다.
이에 이 대표는 “터무니없는 모략”이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표는 “천화동인 1호와 관계가 없고 언론보도 전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씨가 유동규씨에게 700억원을 주겠다고 했다는데, 그 돈이 남아 있지도 않은 것 같다. 만일 제 것이라면 김씨가 천화동인 1호 돈을 그렇게 함부로 써 버릴 수 있었을까”라고 했다. 이어 “투기 세력과 결탁하거나 이익을 받기로 한 사실이 없다. 검찰의 유일한 근거는 대장동 범죄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이라고 지적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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