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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법원이 법을 몰라서…중대재해법 재판 11건 중 7건 잘못 배당

등록 2023-02-02 05:00수정 2023-02-02 16:34

유기징역 상한 사건, 합의부가 맡지만
중대재해법은 단독 재판부로 규정
법원, 개정 법조항 제대로 검토 않고
과거 관행대로 합의부에 사건 배당
경기 양주사업소에서 노동자 3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던 삼표산업의 성수레미콘공장. 연합뉴스
경기 양주사업소에서 노동자 3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던 삼표산업의 성수레미콘공장. 연합뉴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동안 이 법으로 입건된 사건은 229건이지만, 검찰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11건에 불과하다. 이 법을 적용해 기소가 되는 것이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7건은 법원의 배당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퇴근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했지만, 이를 실제 적용하고 판결을 통해 적용 기준을 축적해야 할 사법부가 관련 재판 규정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셈이다.

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재판 진행이 가장 빨라 3일 선고 예정이었던 한국제강 사건(창원지법 마산지원)뿐만 아니라, 시너지건설 사건(인천지법)과 삼강에스앤씨 사건(창원지법 통영지원)이 단독 재판부가 아닌 합의부에 잘못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태성종합건설 사건(춘천지법)과 제동종합건설 사건(제주지법), 건륭건설·온유파트너스 사건(의정부지법 고양지원)도 당초 합의부에 배당했다가 오류를 확인하고 단독 재판부로 재배당했다. 특히 제주지법은 <한겨레>가 배당 오류 사실을 취재하자, 부랴부랴 사건을 단독 재판부로 옮겼다. 1년 동안 재판에 넘겨진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11건 가운데 절반 넘게(7건) 배당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은 법원의 부주의다. 법원조직법은 유기징역의 상한(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범죄 사건의 경우, 판사 3명이 심리하는 합의부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결하라는 취지다. 그런데 유독 ‘1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해 유기징역의 상한까지 선고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과 함께 개정된 법원조직법의 예외 조항을 검토하지 않은 각급 법원들이 과거 관행대로 사건을 배당했던 것이다. 이들 법원이 재배당 등을 통해 오류를 바로잡지 않으면, 상급심에서 판결이 파기될 수 있다.

아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을 단독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법원조직법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입법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안이 심리 과정에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단독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개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당시 송기헌 법제사법위원이 “어쨌든 (범죄) 형식 자체는 업무상과실치사”라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동자의 사망’ 또는 ‘2명 이상의 중상해’ 등 중대재해 결과 발생만으로 처벌을 가중(결과적 가중범)할 뿐, 범죄 형식 자체는 기존 업무상 과실치사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중대재해 사건을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한 사건’으로 평가한 중대재해처벌법과 단독 재판부 배당을 규정한 법원조직법이 충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조문이 단독 재판부 관할로 정해놓은 이상 인력의 부담을 무릅쓰고 합의부로 배당해 주요하게 심리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자가 일을 하다 일터에서 숨진 사건은 그 자체로 엄중한 사건이고, 원·하청 구조 등을 고려하면 사건 심리의 난이도도 결코 낮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이 법이 적용되는 사건들은 합의부에서 심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민영 정혜민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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