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시행 1년을 맞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11개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오는 3일 ‘1호 선고’ 예정이었던 한국제강 사건이 법원의 배당 오류로 잘못 심리되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법원은 <한겨레>의 사실 확인 전까지 배당 오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창원지법 마산지원은 한국제강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을 형사합의 재판부에서 심리하면서 법원조직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이 사건은 판사 1명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가 맡아야 하는데, 판사 3명이 심리하는 합의부로 배당이 된 것이다.
한국제강 사건은 지난해 3월16일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야외작업장에서 설비보수 업무를 하던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크레인에서 떨어진 1.2t 무게 방열판에 깔려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검찰은 원청 대표이사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중대재해라 보고, 1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6조 1항 규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문제는 1년 이상 징역형에 대해 합의부 배당을 원칙으로 하는 법원조직법이,
같은 형량을 규정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유독 단독 재판부에서 심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정된 법원조직법을 살피지 않고 일반 형사 사건의 관행에 따라 합의부가 사건을 심리해온 셈인데,
잘못 배당된 재판부가 판결하면 ‘재판관할 위반’으로 판결 파기 사유가 된다. 경영계와 보수언론·정부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사법부의 부주의로 이 법이 적용된 첫 판결부터 파기될 위기에 놓였던 셈이다.
<한겨레> 취재를 통해 오류를 알게 된 마산지원은 “재정합의 과정을 거쳐 선고 공판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정합의란 당사자 동의를 받아 합의부로 넘기는 절차를 뜻하는데, 사후에라도 동의를 받아 재판부를 잘못 배당받은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마산지원은 애초 3일로 예정됐던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3월24일 다시 변론기일을 잡았다.
권영국 변호사는 “법 시행에 맞춰 바뀐 재판 절차를 몰랐다는 것은 과연 사법부가 산재 사망사고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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