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둔 3일 서울 용산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 에서 한 외국인이 추모글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100일을 앞두고 유가족과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무비판적인 언론 보도로 확대 재생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치인의 막말을 기사 제목에 그대로 노출해 유통하거나, 2차 가해 행위를 단순 중계 보도한 일이 대표적이다.
3일 오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2차 가해자는 누구인가’ 토론회를 열고 언론보도, 포털 댓글, 유튜브 등 미디어의 2차 가해 실태를 발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정책위원은 지난해 12월 에스엔에스(SNS) 페이스북에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방해 2차 가해를 한 김미나 국민의힘 경남 창원시의원 사례를 주요 ‘확대 재생산’ 예시로 들었다. 대부분의 매체가 ‘자식 팔아 장사한다’와 같은 자극적인 김 시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제목에 담았다. 한 매체는 김 시의원을 비판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를 소개하면서도, 제목에 ‘시체팔이’와 같은 표현을 넣기도 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제목만 읽어도 막말이 그대로 노출되다보니 유가족과 생존자, 기사를 읽는 시민까지 2차 가해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 인근에서 추모를 방해하는 신자유연대의 행태를 ‘맞불 집회’라고 무비판적으로 중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언련 분석을 보면, 신자유연대의 2차 가해 상황을 보도 67건 가운데 38건이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는 보도였다. ‘2차 가해’라는 점을 지적한 기사는 21건으로 그보다 적었으며, 이런 행위가 지속된 배경을 심층 취재한 기사는 8건에 불과했다.
유튜브와 커뮤니티글, 기사 댓글도 ‘2차 가해’를 유통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티에프(TF) 2차 가해 대응팀장 김지미 변호사는 “2차 가해를 하는 극우 유튜버를 고소하면, 고소했다는 사실로 ‘어그로’(분란을 일으키려는 관심)를 끌어 벌금보다 많은 돈을 번다”며 “계정을 다시 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정책적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를 중계하는 민언련의 실시간 유튜브 영상마저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2차 가해 댓글들이 올라와 주최 쪽이 댓글창을 닫는 일도 벌어졌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군의 사례를 보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살아난 것만해도 고마운 일인데, (2차 가해가) 등을 떠밀어서 낭떠러지로 밀었다. 더는 방치해선 안 되겠고, 사회가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100일 추모 기간인 5일까지 모든 언론사와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추모대회 관련 기사 댓글창을 닫아주기를 요청했다. 카카오는 참사 관련 기사 댓글을 닫기로 했고, 네이버는 댓글 제공 여부가 ‘언론사 선택제’라는 점을 알리면서 이용자들에게 악플 등을 삼가달라는 협조 공지를 올렸다.
※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