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서울시의 시민분향소 철거 예고를 규탄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서로 목도리를 묶어서 잡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녹사평역 지하 4층에 분향소 자리를 제공했는데 왜 오지 않느냐고 합니다. 지하 4층은 이태원 그 좁은 골목 어두운 데서 우리 아이들이 숨을 못 쉬고 죽은 곳과 같습니다. 저희 유가족들이 그 굴속으로 들어가서, 유족의 목소리가 조용히 사그라들 때까지 땅속 깊이 들어가 있으라는 거냐고 말하며 절대 못 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서울시는 우리와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지난 4일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서울광장 앞에 설치한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서울시가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6일 유가족협의회(유가협) 이종철 대표가 분향소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철거 조처를 해야하는 사유로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광장 사용 보장과 안전 등을 들었다.
서울시가 분향소 철거를 예고한 이날 낮 1시,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서울시 방침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족 30여명은 분향소를 지키는 의미로 빨간색 목도리를 줄처럼 이은 채 영정 앞 차가운 바닥에 앉았다. 서울시는 이날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을 한다는 1차 계고장을 전달한 데 이어, 2차 계고장도 보냈다. 2차 계고장에 명시된 자진 철거기한은 오는 8일 낮 1시다.
유족들은 “영정과 위패가 모두 있는 마지막 분향소를 차려달라”고 호소했다. 고 이상은씨의 아버지 이성환(57)씨는 분향소와 시청 입구를 가득 메운 경찰들을 향해 말했다. “하루아침에 자식 잃은 유족의 피맺힌 눈물이 보이지 않습니까. 경찰 여러분, 국화꽃 한 송이 드리겠습니다. 제발 저 불쌍한 아이들을 건드리지 마시고 헌화를 부탁드립니다.” 이들은 “48시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철거를 요구하고, (행정대집행법상) 공익적 이유도 없이 행정대집행 절차를 밟겠다는 것은 절차적·내용적으로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이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연 ‘서울시의 시청분향소 철거 예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국화와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편 이날 오전 분향소로 들어가려는 유족과 경찰 사이 충돌로 고 최민석씨 어머니 등 2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정이 추워 보인다며 전기난로를 갖고 들어가려는 어머니들을 경찰과 서울시 직원들이 막으면서 다른 유족도 항의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쓰러진 유족이 생긴 것이다. 남은 가족들이 서울시에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시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서울시와 경찰이 막아 세우면서 몇 분간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기동대 600여명(10개 부대)를 시청 인근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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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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