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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2009~2012년 사이에 벌어진 이 사건 범행을 2010년 10월20일을 경계로 나눠 이전 단계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이후로는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전체 기간에 활용된 김 여사 계좌 5개 가운데 4개는 공소시효가 남아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10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김 여사의 계좌 운용을 맡았던 1기(2010년 9월 이전)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으로는 면소 판결을 받았고, 다른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여사 쪽이 인연을 끊었다고 주장한 시기(2기 이후) 주가조작을 주도한 또 다른 ‘주가조작 선수’ 김아무개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2억원을 선고 받았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까지 ‘주가조작 선수’와 ‘부티크’ 투자자문사,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91명 명의의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을 ‘주가조작 선수의 변경’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눴다. 2010년 10월을 기점으로 선수가 바뀌면서 시세조종에 이용할 계좌와 범행 방식 등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여사의 계좌를 기준으로 볼 때 1개는 공소시효가 지났고, 나머지 4개를 통한 거래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이와 관련해 “2010년 1월 (첫 번째 주포) 이씨에게 계좌를 맡겼지만 5월 이후 관계를 끊고, 도이치모터스 주식도 거래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해명한 거래 관계는 면소 판단 범위(1기)에 속하는 계좌 1개를 통한 거래 뿐이다. 다만 나머지 4개 계좌에서 일어난 거래에 대한 개별적 유무죄 판단과 김 여사의 공모 여부 등은 이날 선고 과정엔 드러나지 않았다. 권 전 회장의 일부 범행이 유죄로 판단됐다고 곧바로 김 여사와의 공모관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가 처벌을 받으려면, 작전세력과 공모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더구나 이날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실패한 주가조작’으로 정의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경영상의 이유로, 나머지 피고인들은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점에서 시세조종의 동기와 목적은 인정된다”면서도 “주가의 변동이 크지 않고, 심지어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고 판단했다. ‘전주’들을 공범으로 처벌할 정도로 범행의 정도가 극심하지 않다는 판단인 셈이다. 다만 공판 과정에 드러난 김 여사의 흔적들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공판 과정에 두 번째 ‘선수’ 김씨가 최근 구속 기소된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임원 민아무개씨에게 “3300원에 8만개 매도하라고 하셈”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가 곧바로 매도된 흔적 등이 공개된 바 있다. 공소시효가 살아있는 2010년 11월에 있었던 의심거래다. 그러나 앞서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아직까지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