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권리 예산 반영 등을 주장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며 다음달 23일까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다음달 2일 서울시 실무진과 만나 예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12일 보도자료를 내어 “전장연은 3월23일까지 지하철 탑승은 하지 않고 승강장에 머물면서 선전전 형식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달 보기 운동’을 할 예정”이라며 “기재부가 오는 3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4년 정부예산 가이드라인을 편성할 때 장애인권리예산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반영할 것을 촉구하며 추경호 기재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다음달 23일까지 장애인권리 예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2일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면담에서 △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 및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 미이행에 대한 사과 △기재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서울시의 요청 △내년도 서울시 장애인 권리예산에 대한 입장 △서울시 ‘탈시설 가이드라인’ 권고에 대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초청간담회 이행 등 4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전장연은 “다음달 23일까지 서울시의 답변을 지하철 승강장에 머무르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2일 전장연과 만나 예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 사항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0일 전장연이 지난 오 시장과의 면담에서 요구했던 4가지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문서로 전달했고, 복지 실장 등 실무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13일 아침 8시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날 전장연은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기 시작하면서 추경호 기재부 장관, 오세훈 시장과 국민의힘 정치인들 그리고 일부 언론까지 함께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일반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기 하며 욕설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장애인들이 감당해야 했던 22년의 외침에도 변하지 않는 극단적 차별은 해결하지 않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차별받지 않는다’는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저항하는 ‘지하철 행동’에 대해 극단적 시위로 규정한다”고 했다.
이어 전장연은 “문제의 본질은 ‘극단적 시위’라는 말로 매도하기보다 ‘극단적 차별’을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장연은 시민들과 손가락질하는 것이 아닌 문제의 원인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달’을 보며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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