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새 현판을 부착한 공수처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서울중앙지검 유리벽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는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기싸움을 벌였던 ‘기소권 유보부 이첩’ 논란에 대해 법원이 검찰 쪽 손을 들어줬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기소 여부는 최종 판단하겠다는 주장이었는데, 재판부는 이런 주장이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옥곤)는 지난 15일 김학의 불법 출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규원 춘천지검 부부장 검사 재판에서 ‘기소권 유보부 이첩’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기소권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가 기소권을 가진 사건의 경우,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더라도 최종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공수처와 검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첩·재이첩을 반복하며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초 이 사건을 수사하던 수원지검은 공수처 설립 뒤 이 사건 수사 대상자가 공수처 수사·기소 관할이라며 2021년 3월 사건을 공수처로 넘겼다. 공수처는 ‘수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며 “공소제기 판단을 위해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송치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거부한 채 이 검사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재판에 넘겼다. 이에 이 검사는 재판에서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 현직 검사에 대한 공소를 제기한 것은 공수처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수처법에서 ‘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이첩’은 종국적으로 사건을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수처는 수사 과정에서 이 사건을 검찰로 이른바 ‘기소권 유보부 이첩’했는데, 이러한 형태의 이첩은 공수처법이 정한 이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가 ‘수사 완료 후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송치하라’는 조건을 붙인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공수처가 검찰로 사건을 넘긴 ‘단순 이첩’의 효력만 인정될 뿐이다. 검찰이 이 검사에 대한 공소를 제기한 것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란에 대해 법원의 첫 판단이 내려진 셈이라, 향후 기소권 유보부 이첩에 관한 두 기관 사이 힘겨루기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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