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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순신 아들 학폭, 5년 전 이미 보도…“검증 칼끝 무뎌졌나”

등록 2023-02-25 15:15수정 2023-02-26 11:36

KBS, 2018년 언어폭력·괴롭힘 관련해 보도
“검사출신이라 검증 무뎌졌던 것 아닌지”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모습. 연합뉴스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모습. 연합뉴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사의를 표명한 정순신 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5년 전 이미 언론에 보도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내부에서도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24일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경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후 정 본부장의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가해로 전학 처분을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정 본부장은 하루 만인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본부장의 아들은 고등학생이던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동급생에게 욕설 등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피해 학생의 신고로 학교에서는 정 본부장 아들에게 강제전학·서면사과·특별교육 이수 10시간·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10시간 등의 처분을 내렸다. 전학은 가해 학생이 받을 수 있는 징계 가운데 퇴학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사실은 5년 전인 2018년 11월 <한국방송>(KBS)에서 이미 보도한 사안이다. 당시 <한국방송>은 피해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 직후부터 가해 학생으로부터 “개돼지” “빨갱이” 같은 언어폭력과 함께 괴롭힘을 당했다고 전했다. 피해 학생이 극심한 불안과 우울로 극단적 시도까지 했고 학교폭력위원회에서 전학이 결정됐다는 내용도 보도됐다.

보도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정순신 본부장이라고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고위직 검사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학교폭력 발생 시기, 피해 학생에게 가한 언어폭력의 표현, 동아리에서 피해 학생을 내쫓은 일 등이 이번에 알려진 정 본부장 아들의 가해 사실과 일치한다.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정 본부장은 당시 아들의 전학 처분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전학 조처에 불복해 강원도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고, 재심에서도 다시 전학 처분이 나오자 춘천지방법원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징계처분 효력을 판결 선고 때까지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2018년 <한국방송>도 가해 학생 쪽이 전학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심 청구와 소송에 나선 사실을 전했다. 이후 항소는 대법원까지 모두 기각됐지만, 소송전에 시간이 걸리면서 실제 전학은 2019년 2월에야 진행됐다. 이듬해 정 본부장의 아들은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사검증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런 문제가 인사검증과정에서 밝혀졌다면 절대 임명해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며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검사 출신이라고 해서 검증의 칼끝이 무뎌졌던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인사검증 시스템, 나아가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붕괴하게 둘 수 없다”고 썼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학교폭력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언급하며 “이번 본부장 임명 과정에서 소위 윤석열 사단 라인에 있었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동기라는 점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명명백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검증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 저희 가족 모두는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고 밝혔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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