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입’에 쏠리는 시선…피의사실공표 논란 재현될까

‘돈 봉투 부스럭’ 등 노웅래 체포 동의 때 발언 논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돈 봉투 부스럭’ 등 자세한 정황 증거를 언급한 한 장관 전력 때문이다.

한 장관은 다가오는 27일 오후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필요성을 국회 본회의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한 장관 설명 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지난 16일 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여도에 맞지 않는 이익배분약정을 통해 대장동 민간사업자에게 4895억원의 이익을 얻게 하고 공사에 같은 금액의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이다.

이미 한 장관은 지난해 12월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필요성을 설명할 때 ‘피의사실공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노웅래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녹음파일이 있다”며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 “부정한 돈을 주고 받는 현장이 이렇게까지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을 저도 본적이 없다” 등 구체적인 수사 내용과 이에 대한 한 장관 본인의 판단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 장관의 이례적으로 자세한 설명이 의원들 반감을 불러 부결을 이끌었다는 평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장관이 아니라 검사 같다’는 평가도 있었다. 직후 한 장관은 “제 설명이 과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한 장관이 ‘자세한 정황 증거’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에게 안 좋은 인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론전’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자세한 정황 증거를 풀어놓았음에도 다수당인 민주당 반대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방탄국회’ 논란을 불러낼 수 있어 한 장관 본인이 정무적으로 손해 볼 부분이 없다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특수통 검사의 특기 중 하나가 ‘여론전’이다. 각종 정황 증거를 풀어내 사실인 것처럼 얘기하면 여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며 “국회에 보낸 체포동의안에 구속이 필요한 사유 등이 이미 다 적혀있을 텐데 굳이 법무부 장관이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한 장관은) 국회법 93조에 따라 (이 대표) 체포동의 필요성을 충실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23일 ‘이번에도 노 의원 때처럼 장관에게 자세한 증거관계를 보고했는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절차에 따라 한 장관이 체포동의안 안건을 설명할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광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