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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폭 놓친 ‘검찰 끼리끼리 검증’…윤 대통령·한동훈 정말 몰랐나

등록 2023-02-28 05:00수정 2023-03-01 01:09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별관 앞에서 26일 오전 한 사진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다. 검찰 출신 첫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지며 임명된 지 하루만인 25일 물러났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있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별관 앞에서 26일 오전 한 사진기자가 취재를 하고 있다. 검찰 출신 첫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지며 임명된 지 하루만인 25일 물러났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법무부를 향한 ‘끼리끼리 인사검증 참사’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사실에 대한 최초 보도가 나왔던 2018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 변호사와 함께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인사검증 책임자인 장관을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정 변호사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진행된 인사검증 사전질문지에 ‘본인·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원·피고 등으로 관계된 민사·행정 소송이 있냐’는 항목에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가 아들 학교폭력 관련 사실을 스스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 변호사 인사검증을 검찰 출신으로 구성된 대통령실 실무진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명에 의구심이 나온다. 학교폭력 문제가 보도된 2018년 11월,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3차장검사와 함께 일했기 때문이다. 인사검증의 실무 작업을 담당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파견된 김아무개 검사 역시 보도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 검사였던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보도에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는 내용이 담겼고, 정 변호사가 당사자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과 한 장관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민감한 학교폭력 이슈에 대한 보도였기 때문에 ‘고위직 검사’가 누구인지 확인했을 것이고, 지휘부에도 보고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국가수사본부장 인사검증을 맡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이 문제를 알면서도 정 변호사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끼리끼리 검증이 빚은 인사 참사’라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한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 인사 추천→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1차 검증→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2차 검증’ 순으로 이뤄진다. 대통령실 이원모 인사비서관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모두 검사 출신이며, 복두규 인사기획관은 대검 사무국장을 지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5년 전 당시 보도에 ‘가해 학생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라는 내용이 있었다면, 검찰 차원에서 누군지 확인을 하고 후속조치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체크할 수 있었던 순간이 많았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인사검증”이라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논란 3일째에도 여전히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동훈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정순신 아들 학교폭력 논란을 이미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알지 못했다. 검증 대상 본인 가족의 송사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과거에도 그래 왔고, 그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실의 영역이지만 질문지를 구체적으로 한다든가 본인 동의를 받아 법원 판결을 받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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