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비판한 시장 상인회 회장을 상대로 ‘허위 사실 유포’라며 소송을 낸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법원 문턱조차 밟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검찰은 두 차례 모두 상인회장 손을 들어줬다. 상인회장은 박 구청장이 애초에 무리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28일 서울서부지검이 지난해 11월 상인회장에 대해 내린 불기소 처분서를 보면, 박 구청장은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지지자들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 게시판에서 “추후 마포시설관리공단과 마포구청에 마포농수산물시장 임대 시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 임대자(임차인)를 찾아야 된다고 강력하게 항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2020년 12월 자신의 지지자들이 가입한 네이버 밴드 게시판에 올린 글. 마포구농수산물시장 상인회 제공
많은 상인은 이를 ‘외지인 상인들을 내보내고 마포구민 상인이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보고 반발했다. 박 구청장이 과거 농수산물시장과 관련해 “일부 타지 사람들이 마포구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시장은) 난지도에 쓰레기 약 8천만대분을 매립해 악취와 지역발전에 피해를 준 대가”라고 말해온 것에 비춰 보면, 외지인을 내보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박 구청장이 정 상인회장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경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졌다. 정 상인회장은 6·2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4∼5월 단체 채팅방과 집회에서 “(당시 예비후보였던 박 구청장이) 시장 상인들 가운데 마포구민이 아니면 상인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박 구청장은 이 발언이 허위라며 정 상인회장을 지난해 4월 서울 마포경찰서에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사실관계가 상인회장의 주장에 부합하고, 박 구청장의 주장만으로는 피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서에서 “(박 구청장의 발언은) ‘마포구민이 아닌 외지인들을 임차인으로 선정해서는 안 된다’고 해석할 여지도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박 구청장 쪽은 검찰에 “외지인을 임차인으로 받아선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항변하면서 불기소 처분에 대해 항고했다. 이에 시장 상인 208명은 지난달 6일 검찰에 “박 구청장에게 다시는 힘없는 상인을 겁박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처를 간청한다”며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항고를 기각했다. 마포구청 쪽은 박 구청장이 재정신청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정 상인회장은 “애초에 박 구청장이 상인들을 옥죄기 위해서 한 무리한 고소”라며 “상인들의 변호사 비용 변제와 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