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분향소 제단을 새로 제작해 159명 영정을 모두 올렸다. 사진 시민대책회의 제공
서울광장에 놓인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닷새간 공동 운영한 뒤 정식 추모공간 논의를 이어가자는 서울시 제안을 유가족이 사실상 거절했다.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 설치 등 유족의 참사 대책 요구에 정부가 ‘무반응’인 상황에서 광장 분향소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7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입장을 내 “참사 이후 유가족들의 요구사항 그 어떤 것도 유의미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159명의 희생자를 온전하게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자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서울광장 분향소를 한동안 더 유지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통령 사과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독립적 진상조사 기구 설치와 특별법 제정 등 유족들이 요구해 온 사항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분향소 철거를 할 순 없다는 취지다. 유가족은 앞서 두 차례 윤석열 대통령에게 면담 제안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이번 입장은
서울시가 긴급 브리핑을 열어 4월1일부터 5일까지 서울시와 유가족이 현 분향소를 함께 운영한 뒤 시청 인근에 임시 추모·소통 공간을 마련하자고 발표한 데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5일까지 분향소 운영을 한 뒤 임시 추모공간에 이어 항구적인 추모공간 설치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가협과 시민대책회의는 “서울시 제안은 과거 추모공간 후보로 ‘녹사평역 지하 4층’을 (제시한) 것보다는 진전된 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분향소 종료시점을 정해 언론을 통해 제안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유족들이 지난 2월 참사 100일을 앞두고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서울시는 강제 철거를 예고해 왔기 때문에 이번 제안도 분향소 철거에 무게를 둔 조처 아니냐는 것이다. 유가협은 “서울시는 유가족 마음을 헤아리기보다, ‘불법’을 운운하며 분향소를 자진철거할 것을 언론을 통해 압박했다”며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마지막 조문을 받는 날은 서울시가 아니라 유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유가협은 유족들이 요구해온 참사 대책에 대한 정부의 응답과 해결책 마련이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159번째 희생자와 생존 피해자에 대한 정부 무대책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진정성을 갖고 10.29 이태원 참사 해결책을 마련할지 지켜볼 것”이라며 “유족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이 만들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시추모공간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철 유가협 대표는 이날 <한겨레>에 “행안부와 서울시는 줄곧 추모공간을 약속했지만 언행일치가 된 적이 없었다. 항구적 추모공간 설치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구체적이지 않고, 가족들에게 시청 광장을 떠나라는 것”이라며 “정부가 참사 해결책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가운데 서울시 제안은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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