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53)씨가 박씨의 출연료 등 61억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형과 형수의 재판에서 “형과 형수에게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박수홍씨는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배성중)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씨와 이씨는 지난해 10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수홍씨는 증인석에 바로 앉지 않고 한동안 서서 피고인석에 있는 친형 부부를 노려보기도 했다.
박수홍씨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사가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법인카드 등의 사용내역 등을 묻는 데 대해 “전혀 모른다” “(카드 사용처에) 가 본 적도 없다”고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손으로 형 부부를 가리키며 “저들이 썼을 것”이라고 답했다.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는 백화점 상품권, 태권도학원, 생필품 매장, 키즈카페 등에서 지출한 내역이 적혀있었다. 박수홍씨는 “전혀 연예인 활동에 필요없고, 스케줄상 제가 쓸 수도 없는 내역”이라고 강조했다.
박수홍씨는 반대신문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변호인과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이 박수홍씨와 박씨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증거로 공개했는데, 이 내역에 박씨의 과거 연인의 이름이 언급된 것이다. 박수홍씨는 “저 이름은 10년 전 결혼하지 못한 여자친구의 이름이다. 비열하다. 횡령 본질과 다른 부분을 공개했다. 비열하다”고 분개했다.
박수홍씨는 “형에게 지금이라도 정산해주면 다시 웃으면서 지낼 수 있다고 편지썼는데 전화도 안 받았다. 자신들의 횡령 범죄를 끝까지 숨기려 노력했고 제 곁에 있는 사람(박수홍씨 아내 김다예씨), 횡령과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인격 살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씨의 20년 지기 친구가 한 유튜버에게 제보해서 허위사실로 제 곁에 있는 사람(김씨)까지 인격살인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수홍씨는 검사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냐’고 묻자 “강력히 원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박씨는 재판에 앞서 기자들에게 “가족들을 사랑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평생을 부양했다. 하지만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했던 것을 빼앗겼고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이 자리에 섰다”며 “가까운 이에게 믿음을 주고 선의를 베풀었다가 피해자가 된 많은 분께 희망이 될 수 있는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증언 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박수홍씨는 지난해 4월 서부지검에 횡령 혐의로 박씨와 이씨를 고소했다. 지난해 7월에는 친형 부부를 상대로 11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형 박씨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혐의를 부인해왔다. 박수홍씨는 지난 4일 아버지와 친형, 형수와 대질 조사를 받던 중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박씨와 이씨의 증인신문은 서울서부지법에서 오는 4월19일 이어질 예정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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