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이 대장동 수익금 390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재판에 넘긴 가운데, 김씨의 은닉 지시를 전달한 차장검사 출신 ㄱ변호사와 범행에 공모한 김씨 배우자 등은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검찰은 김씨 범행에 관련된 이들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반면, ㄱ변호사는 공소장에 기재된 접견 내용 등이 사실과 다르며 은닉 관련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김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기면서 ㄱ변호사가 김씨와 그의 측근들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한 사실을 김씨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검찰은 2021년 11월 구속된 김씨가 ㄱ변호사를 통해 ‘검찰의 추징보전에 대비하라’거나 ‘은닉해둔 수표를 이용해 수원 권선구 내 주유소를 매수하라’는 취지의 지시사항을 측근들에게 전달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김씨는 측근들에게 은닉 자산을 ‘사채나 암호화폐 등에 투자하라’는 지시도 내렸는데, 이러한 지시와 경과보고 과정에도 ㄱ변호사 등이 관여했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도 검찰은 2021년 11월 김씨로부터 세무조사 관련 국세청 동향 파악 요청을 받은 ㄱ변호사가 그에게 ‘11월 말에 관련 조사가 진행될 것’이란 정보를 제공했다고도 봤다.
검찰은 이런 ㄱ변호사의 관여 행위를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기재했음에도 김씨와 범행을 공모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소장에 김씨의 측근 인사들과의 공모관계 만을 구체적으로 밝혔는데, 김씨가 지시사항을 전달하면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가 수표 출금 및 교환, 최우향 화천대유 이사가 은닉 수익 처분 및 현황보고, 이성문 전 화천대유 대표는 은닉 수익 관리 등으로 각각 역할을 나눴다고만 기재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에 기재된 수준만으로도 김씨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16일 <한겨레>에 “ㄱ변호사가 단순 의사전달만 했다면 범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김씨 범행을 용이하게 한 종범으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ㄱ변호사의 행위가 아예 범행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구체적인 관여 정도 등에 대해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씨 범죄수익 은닉과 관련된 이들의 수사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는 방침이다. 검찰은 ㄱ변호사 이외에도 대장동 수익 60억원을 은닉하는데 관여한 김씨 배우자나, 290억원 은닉에 가담했다는 이성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아직 형사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ㄱ변호사가 (범행에) 직접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다”며 “구속된 김씨 먼저 기소를 한 것이고 (김씨 배우자 등)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ㄱ변호사는 김씨의 재산 처분 등 과정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ㄱ변호사는 “의뢰인의 재산 처분 등 관련 행위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며 “검찰은 (노트에 적힌) 단편적 기재만을 근거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추측하여 확정된 팩트인 것처럼 (공소장에) 기재하나 사실과 다르고 이를 설명해야하는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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