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영장신청권은 ‘검사’에 부여된 헌법상 권한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헌법이 수사권을 (검찰법상) 검사에게 부여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수의견)
“검사의 영장신청에 관해 규정한 헌법 조항은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옹호기관의 지휘에 있고 법률전문가의 자격을 갖춘 ‘헌법상 검사’에게 ‘헌법상 수사권’을 부여한 것이다.” (소수의견)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헌법재판관 9명의 의견이 5대4로 팽팽히 갈렸습니다. 23일 헌재가 2022년 국회에서 통과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릴 때 말입니다. 특히 수사권·소추(기소)권이 헌법상 검사만의 권한인지를 두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의 해석이 엇갈렸습니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헌법 제12조 제3항)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헌법 제16조)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라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의 주장은 영장신청권을 검사에게 부여하는 헌법 제12조 제3항 및 제16조로부터 출발합니다.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명시한 헌법은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어떻게 헌법에 들어가게 됐을까요?
한국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독립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인신구속의 권한을 수사기관에 부여했던 일제강점기 형사 제도에서 비롯됐습니다. 조선총독부가 1912년 ‘조선형사령’을 공포하면서 검사와 사법경찰관(경찰)이 피의자를 일정 기간 붙잡아놓고 강제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했습니다. 법관에 의한 영장주의가 들어온 것은 해방 후 미군정 시대였습니다. 1948년 3월 공포된 미군정법령 제176호를 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 기타 어떠한 관헌이라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하지 않고는 인신을 구속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다만 이 규정에서 영장신청권은 누구에게 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 변화는 5·16 군사쿠데타를 기점으로 발생합니다. 1961년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구속영장 및 압수수색영장 규정에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빠지고 대신 “사법경찰관은 검사에 신청하여”가 들어갑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검사뿐 아니라 사법경찰관에게도 영장신청권을 주고 있던 것을, 196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검사가 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다”로 개정했습니다. 영장신청권자를 검사로 한정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제5차 개정헌법(제3공화국 헌법)에는 “체포·구금·수색·압수에 있어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갔습니다.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형사소송법에서 헌법으로 격상된 것입니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으로 확대할지를 두고 헌재의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은 엇갈리게 해석합니다.
다수의견(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권은, 종래 빈번히 야기되었던 검사 아닌 다른 수사기관의 영장신청에서 오는 인권유린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수사과정에서 남용될 수 있는 강제수사를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합리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헌법개정권자는 영장신청의 신속성·효율성 증진의 측면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경계하는 맥락에서, 법률전문가이자 인권옹호기관인 검사로 하여금 제3자의 입장에서 수사기관이 추진하는 강제수사의 오류와 무리를 통제하게 하기 위한 취지에서 영장신청권을 헌법에 도입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검사의 영장신청권 조항에서 검사에게 헌법상 수사권까지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논리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
소수의견(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헌법상 검사’의 영장신청은 그 자체로 ‘헌법상 수사권’의 행사에 해당하고, 이는 영장주의가 적용되는 강제수사에 관해 구체적으로 개별적인 수사 활동의 기능적 목적과 방법상 한계를 법관 이전에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선행적으로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기본권침해의 발생 가능성을 통제하는 의미가 있다.”
“검사의 영장신청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 등은 공익의 대표자이자 인권옹호기관의 지휘에 있고 법률전문가의 자격을 갖춘 ‘헌법상 검사’에게 ‘헌법상 수사권’을 부여한 조항이라 할 것이다.”
검사의 영장신청권을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상 권한이라는 한 장관 등의 주장을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수사권은 검사의 헌법상 권한이 아니며, 수사권과 소추권이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검찰)’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헌재가 판단한 것입니다. 실제로 검사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경찰, 해양경찰, 군검사, 군사경찰, 특별검사 등 행정부 내에 다양한 이들에게 수사권이 부여되고 있습니다.
한 장관 등은 ‘검사의 수사권과 소추권은 헌법상 권한’이라는 전제로 권한쟁의심판을 헌재에 신청하고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무시하고 검사의 수사 범위를 재확대하는 시행령 마련해왔는데, 헌재 결정으로 그 전제가 산산이 조각난 것입니다. 헌재가 수사권과 소추권을 입법으로 조정·배분할 사항이라 밝혔기에 국회는 절차만 제대로 밟는다면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그 어떤 법률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형사제도에 뿌리를 둔 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이제는 견제 받을 수 있을까요?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