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71) 전 특별검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특정경제범죄법) 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혐의로, 법조계에서는 ‘직무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는 분석과 함께 늑장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박 전 특검이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의 사업 공모를 도와줬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박 전 특검 주거지와 측근 양재식 변호사(전 국정농단 특검보) 주거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검찰은 ‘50억 클럽’ 일원으로 꼽히는 박 전 특검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양재식 변호사를 통해 2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50억 클럽은 김만배씨가 대장동 수익을 나눠주기로 약속했다는 인사들이다. 박 전 특검뿐 아니라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 내로라하는 검찰 고위간부 출신들이 등장한다.
검찰이 박 전 특검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법상 수재다. 금융회사 등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그밖의 이익을 얻거나 요구·약속했을 때 적용한다. 관련 금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금융회사 등 임직원에게는 공무원과 맞먹는 정도의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합헌 결정하기도 했다. 그만큼 무거운 범죄다.
검찰 수사의 승패는 직무관련성 입증 여부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었던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담당 금융기관으로 우리은행을 내세워주는 등 사업 공모를 도왔다고 보고 있는데, 박 전 특검의 이런 행위와 우리은행 이사장 의장이라는 자리에 직무 관련성이 있냐는 것이다. 대법원은 ‘직무’의 범위를 ‘금융기관 임직원이 지위에 수반해 취급하는 일체의 사무’라고 폭넓게 해석한다.
다만 박 전 특검 쪽은 과거 ‘이사회에서 정책적 결정에만 관여하고 구체적 사업 내용은 접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최근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수재죄는 부정청탁 유무가 요건이 아니다. 직무관련성 및 금품 수수 인식 여부만 검찰이 입증해낸다면 유죄를 충분히 받아낼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50억 클럽 수사가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쪽은 “인적·물적 한계로 순차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법원과 달리 검찰은 사건 접수 순서대로 수사하는 그런 제도가 없다”며 “검찰의 뒤늦은 (50억 클럽) 수사를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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